강진고을신문 : 이현숙 기자의 F1 참관기

<이현숙 기자의 F1 참관기>

새로운 출발

며칠 전부터 방송이나 일간지에서 본격적으로 F1에 대해서 떠들어 댔지만, 정작 나하고는 무관한 것처럼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사실 알고 보면 강진과 아주 가까운 영암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였지만, 강진은 너무 조용했다. 개막되기 전날 일간지 1면에는 F1대회에 참가할 스타 선수들의 입국소식들이 지면을 장식했지만, 지역신문 기자로 종사하고 있는 나는 이방인이었다. 세계적인 레이싱 스타들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데, 내게는 왜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을까. 내가 신문기자 맞아? 나 스스로 몇 몇 일간지를 보면서 그저 헛웃음만 짓고 말았다. 원색에 찬란한 치장을 한 자동차들은 마치 우리 집 아이들이 평소 갖고 놀던 경주용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걸. F1이 개막했다는 22일 오후 우리 가족은 평택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서해안 고속도로로 나가기 위해 목포 가까이 왔을 때 엄청나게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대불공단 입구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한 도로는 목포 하구 둑까지 막혀 거의 기어가다시피 했다. 그때 머리통을 때리듯이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왔다.

‘맞아, 나 기자잖아'

그날 밤 우리 가족은 다시 강진으로 돌아왔다. 표 한 장을 갖고 있다는 남편 말을 듣고, 나는 F1대회에 가겠다고 한 것이다.

둘쨋날인 23일 나는 막내아이를 차에 태우고 F1대회가 열리는 영암 삼호로 갔다. 비싸다는 표를 가진 든든한 마음이었다. 차는 막히지 않았다. 먼 도로까지 질주하는 자동차의 굉음이 들려왔다. 가까이 도착하자 차가 막히기 시작했고, 넓은 경기장이 보였다. 그럴듯한 경주장과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주변의 조화는 마치 환상의 우주 정거장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다 보이는 경기장 한곳은 메인좌석인지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외 많은 좌석은 듬성듬성 했다. 마치 우주선을 탄 사람들과 타지 못한 사람들처럼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차가 그 넓은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고, 그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오아시스를 찾아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입구로 들어가기 전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는 카메라만 매고서 산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것이 바로 기자 정신이지’

최대한 전체를 잡아 찍어 보려고 이리저리 애를 써보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차들이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그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 중 외국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어디가 어딘지 찾지 못해 난감한 표정들이 역력했고, 나한테까지 묻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차에 태워다 달라는 사람도 있었으나 거절해야 했다. “나도 헤매고 있어요.”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가서 주차를 한 후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매표원은 표를 검사하지 않고 무작정 들여보냈다. 왜? 라고 내가 묻자 그의 대답은 “표가 있으니까 오셨겠죠.”였다. 참으로 싱거운 대답이었다. 경주도 싱거웠다. 아이와 나는 자동차가 한 대 씽 하고 지나갈 때마다 얼굴을 마주보며 씽 웃었다. 한 시간 가량 경주를 했지만, 우리는 몇 번 씽 함께 웃었을 뿐이었다. 빠져나오는 길은 더 심했다. 왠지 여기까지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다. ‘처음엔 다 실수가 있는 법이야.’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여러 가지가 미흡한 어린아이처럼 이번 F1대회는 관광객들에게 다분히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저 허허벌판에 우주선을 만들어 놓은 것. 어쨌든 그곳은 계속 환상적인 곳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