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입양승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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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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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승속’하라.
前강진군청 기획홍보실장 윤영갑

  

가부장적문화와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하던 60년대 이전만 해도 아들이 없는 집은 양자라는 이름으로 아들이 여럿인 형제나 친척의 아들을 친자로 맞아들였다. 오늘날의 입양과 유사한 것으로 양친과 양자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계를 맺는 신분행위였다. 이때 나온 말이 입양승속(入養承俗)’이다. 양자로 들어가게 되면 그 집안의 풍속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는 의미다.

현대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양자제도와 로마법을 끄집어 낸 이유는 최근 잘 다듬어진 강진읍 간판정비사업의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몇 년 전 강진의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로상가활성화를 위해 어지럽게 설치된 전신주를 뽑아내고 전선을 지하 매설하여 차량통행과 인도를 겸한 개구리주차도로로 거리환경을 개선해 확 트인 느낌을 주었다. 이후 터미널에서 시장통 입구까지 현대적 감각과 디자인을 반영한 간판정비를 실시해 군민은 물론 외지 방문객과 관광객들로부터 깨끗한 강진 이미지와 함께 좋은 호응을 얻었다.

지금은 눈에 익어 좋게 보이지만 중앙로 간판정비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업소마다의 특성을 살린 간판시안을 두고 상가에서 선뜻 받아들이는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역주민은 물론 지역상가 입장에서는 기존에 걸린 간판들이 지역사회기준으로 각인되어 서울유명거리와 해외선진국사례를 보여주는 설명회와 대화로 어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강진군에서 중소기업벤처부 공모사업으로 기존의 중앙로 외의 상권을 포함한 강진상권활성화구역 간판정비사업을 따내어 최근 완료했다. 이는 군 단위에서 최초로 시행한 공모사업으로 지역과 점포의 특성을 살린 간판의 디자인으로 거리환경개선은 물론 특색있고 가독력 있는 간판만으로도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마치 서울의 유명거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방문객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고 거리가 환하고 깨끗해졌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야간에는 가게마다의 간판에서 뿜어내는 은은한 조명이 거리를 밝게 해주고 있다.

상권활성화 구역 내의 5개의 특화거리는 거리명칭에 대한 설왕설래는 있지만 궁금증과 함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도암에서 강진읍으로 이전후 코로나19로 문을 열지 못했던 다산청렴교육원이 본격적으로 교육생을 맞이하면서 사의재와 특화거리에 외지인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내년에 다산초당아래 신축중인 전남지방공무원교육원이 개원되면 읍내시가지는 근래에 보기 힘든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희망에 찬 기대와 함께 깨끗이 정비된 간판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게 있다. 이미 간판정비가 끝난 거리에 새로운 업소 또는 업종이 바뀌면서 설치한 과거형 간판과 돌출, 입간판 때문이다. 유행과 경기상황에 따라 취급품목과 상호는 바뀔 것이다. 군 단위 최초로 행해진 공모사업이기에 일시에 전상가의 간판을 동시에 정비할 수 있었지만 국가사업으로 동일구역에 중복 지원되지 않는다. 이번 공모사업완료 후 상호를 바꿔 간판을 교체해야 할 경우는 자부담으로 해야만 한다. 그럴 경우 당연히 거리특성과 인근상가의 간판과 어울리는 모양의 간판을 내걸어 상권활성화구역 간판기준을 따라야 할 텐데 다시 영화촬영세트장에서나 볼 수 있는 60~70년대형 간판으로 거리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사람이 슬그머니 돌출간판을 내달면 너도 나도 나서고 자부담설치를 이유로 기존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간판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예산을 들여 일정구역 또는 특정거리의 간판을 일제 정비하는 것은 일종의 마중물이고 샘플이다. 이후에도 이러한 기준과 분위기를 유지시켜 나가겠다는 상가와 군, 군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업종이 바뀌거나 새로 문을 연 업소는 당연히 그 구역과 거리의 분위기를 따라야 한다. 그것이 입양승속이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때로는 적정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군에서는 상가자율에 맡기기보다는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한 구역 또는 거리에 대해 기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간판시설기준을 만들어 새로 입주하는 업소나 상호를 변경하는 경우 이를 따르도록 하는 조례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관내 간판광고제작업체에서도 주문자의 요청에만 따르지 말고 기존의 거리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간판을 제작 시공하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키고 이어나갈 수 있는 군민의 안목도 높아져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지역정서와 거리분위기를 해치는 간판은 매출과 연결된다는 걸 느끼게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1차 고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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