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마음이 흐트러질 때가 없지 않다. 그럴 때마다 경찰입문 시 가졌던 초심대로 국민에게 봉사할 것을 다짐하곤 한다. 적지 않은 세월동안 경찰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도 초심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찰입문을 위하여 마지막 면접만이 남아 있을 때 면접관 앞에서 다짐했던 일이다. 이 관문만 통과한다면 ‘민중의 지팡이’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함은 물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다짐을 하면서 합격만 시켜달라고 마음속으로 벌였던 추억이 그것이다.
그 당시 다짐했던 ‘민중의 지팡이’(일반대중에게 버팀목 또는 도움을 준다는 의미)는 세월의 변화처럼 언제부터인가 경찰을 하대하는 용어로 사용된 지 오래다. 조금만 잘못하거나 실수를 해도 경찰관에게 하는 말이 ‘민중의 지팡이’가 이렇게 해도 되는가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바뀐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경찰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추기를 바라면서 무한한 봉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중의 지팡이’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말은 없는가.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세상을 밝히는 촛불 같은 ‘부지깽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부지깽이에 대해서 사전적 의미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쓰는 나무 막대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부지깽이로 선택이 되려면 가늘면서도 단단하고 길이가 50cm이상은 족히 되어야 한다.
아궁이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땔감들이 잘 타게끔 이리 휘젓고 저리 휘젓고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몸도 뜨거워져 불이 붙고 끄기를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손바닥같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부지깽이 역할을 못할 정도로 작아지면 아궁이 속에 넣어지고 다른 땔감들과 같이 타버린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몸을 태우는 부지깽이!
보릿대로 아궁이에서 밥을 지을 때면 불이 타는 속도도 속도려니와 재가 많아서 부지깽이를 쉴 틈도 없이 휘저어야 하고, 소나무 아래에서 긁어모은 잘 마른 솔잎을 태울 때면 부지깽이는 숨을 돌리면서 여유를 가질 때도 있다.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는 물론, 불기운이 남아 있는 잿더미 속에 묻어 놓은 잘 익은 고구마를 꺼낼 때, 막힌 아궁이를 뚫을 때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심지어 부지깽이는 짬을 내어 바닥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도 사용되곤 했다. 경찰이 국민을 위해 펼치는 다양한 치안서비스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의 존재이유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는 만큼 지금 이 순간에도 골목길을 누비며 범죄예방활동을 전개하고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 몸을 던지면서 국민을 위해 무한한 봉사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경찰, 바로 초심을 잃지 않은 부지깽이 경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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