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다산 초상화 완성 공개
각종 사료, 전문가 고증 통해 작업
다산 초상화는 다산정신 계승 위한 일환
17일 서울 인사동에서 중앙 언론에 첫 공개
강진군에서는 17일 서울 종로구 동산화랑에서 각 언론인이 모인 가운데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의 새로운 초상화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다산 초상화는 다산의 삶과 가르침을 기리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다산 현창사업의 하나로 추진되어 왔다. 다산초상화는 현대 한국 화단에서 가장 빼어난 수묵인물화가로 알려진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가 치밀한 고증을 거쳐 가로 96cm, 세로 178cm 규격으로 완성했다. 다산초상화가 새롭게 완성됨에 따라 현재 도암면 만덕리 다산초당과 다산기념관에 걸린 초상화는 내려질 예정이다. 그 초상화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제작된 초상화를 복제한 것으로 여러 사료에서 유추되는 다산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고, 관모나 의상이 시대와 맞지 않는 등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새롭게 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초상화를 직접 제작한 김호석 교수는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으로 그리고자 했으며, 과거의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무엇보다도 다산이 18년간 강진에 머물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저서를 저술했고 현재도 가장 존경받는 지식인의 표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다산 후손인 ‘나주 정씨 월헌공파 종회’를 찾아가 참석한 300여 명 후손들의 인상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고, 특히 다산의 직계 후손 4명의 인상을 자세히 관찰, 그 특징을 이번 초상화에 참고했다고 덧붙였다.“제 스스로 존경하는 사람이라야 그릴 수 있고, 그래서 가장 정신이 맑은 오전에만 작업을 했으며, 또한 1년간 이 작품에만 매달렸고, 밑그림을 여러 점 그려가지고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완성했다”고 회고담을 털어놓았다.
다산이 환갑 때 직접 쓴 <자찬묘지명>과 정규영의 <사암선생연보> 등에 나타난 기록 또한 직접적인 참고자료가 되었다고 밝힌 김교수는, 다산이 어릴 적 천연두를 앓은 흔적으로 인해 눈썹이 세 갈래로 갈라져서 ‘삼미자(三眉子)’라고 스스로 별호를 지었다는 기록이며,방대한 독서량과 저술로 인해 시력이 많이 악화되었다는 기록 등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조선후기 대표적인 화가 김홍도와 이명기가 그린 <서직수 초상>과 이명기가 그린 <윤증 초상>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다산의 얼굴을 나타내기 위해 쪽물을 사용했으며 쪽물 안료 40개를 만들어 38개를 사용했다”고 구체적인 작업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그동안 역사적 사표가 되는 지조와 절개의 인물들만 골라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등의 작품을 해온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에 공개된 다산의 초상화는 우측을 향한 8분상으로 표현되어 있고, 머리에는 사방관과 돋보기안경을 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머리숱은 많지 않으나 눈썹과 수염은 적당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 쌍꺼풀이 있는 큰 눈과 부드러운 눈매, 완만한 콧날 선, 꼭 다문 단정한 입술, 돋보기안경 너머의 주름 표현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압권이다. 특히 다산의 안경 쓴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1830년대 안경을 직접 구입해 연구하기도 한 김교수는 “돋보기안경은 당시 서양문물의 영향과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는 다산의 열린 학문적 자세를 상징하는 중요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산의 초상화는 우리나라 전통 초상화 기법인 ‘배체기법(背彩技法)’을 사용했고, 화면의 다산은 머리에 사방관을 쓰고 짙은 쪽빛 도포를 입고 있으며, 붉은 도포 끈과 매듭을 두른 기품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당상관’이라는 높은 벼슬에 오른 품격 있는 다산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다. 의상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나머지 한국복식사의 권위 있는 연구가 단국대학교 고부자 교수의 자문을 받아 다산이 살았던 당시의 의상을 재현, 175cm 정도의 50대 중반 인물에게 입혀보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작품과정에서 많은 자문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다산이란 인물을 알리는 게 큰 의미가 있는 일로써 표준영정이라는 것 보다는 인물의 이미지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라고 평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지금까지의 다산 초상화는 완고하고 경직돼 있으며 당시의 현실로 볼 때 저항적 분노는 담겨있을지 몰라도 대학자로서의 측면과 민중, 백성들에게 대한 깊은 애정의 표현을 느낄 수 없었다. 단조로운 모습만이 부각되어 있다는 지적에 실증적 차원에서 다산의 진면목을 추적, 후세까지 전해질 수 있는 초상화 작업을 위해 오랜 시간을 두고 노력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완성된 다산 초상화는 도암면의 다산초당과 다산유물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산 초상화를 첫 공개 했을 때 많은 중앙언론사의 열띤 질문이 쏟아져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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