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훈 칼럼
남미륵사의 비밀
( 남미륵사 법흥 스님과 풍수(風水))
20년 전 남원에 사는 유명한 지관을 만난 적이 있었다. 명당을 잘 찾아낸다는 지관으로 소문난 분이어서 하룻밤 늦게까지 풍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나는 내가 모시는 분이 자라고 해야만 잘 수 있소”하는 것이었다. 자고 싶다고 해서 자고 자기 싫어서 자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다락방에 뭔가 모셔져 있는 눈치였지만 보지 말라는 말 때문에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 지관은 명당을 찾되 좌청룡 우백호 따위를 따지기 전에 절로 명당을 향해 발걸음이 떼어진다는 말을 해왔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그 지관은 한사코 풍수공부를 만류했다. 10년 빨리 명재촉을 한다는 말을 곁들이면서였다.
그런데 우리 강진에서 풍수로 유명해진 분이 있다면 남미륵사 주지 법흥스님이다. 어느 정도이냐 하면 산소를 보고 무엇 때문에 사망했는지를 알 정도이다. 땅 속의 비밀을 정확히 꿰뚫을 정도여서 이미 그 소문은 해외에까지 알려져 있다. 해외 여러 군데 후원회까지 조직되어 찬문학적인 불사(佛事)를 도맡아 돕고 있을 만큼 법흥스님의 법력이 검증되고 있다. 일본의 한 사업가의 가족이 병명도 없이 앓아눕고 사업이 흔들리고 있을 때,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친의 묘에 구렁이 세 마리가 시신을 먹어치운 일을 알아 맞춘 일은 전설처럼 유명해진 일화다.
묘지는 주택의 연장이다. 조상의 영(靈)을 좋은 택지에 편안히 모시고자 하는 조상숭배에서 비롯된 것이 곧 풍수다. 천지의 생기설과 부자간의 동기감응론으로 이루어진 것이 풍수의 본질이며 이것은 인간생활을 행복을 위하는 것이라고 풍수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저승의 세계와 이승의 세계를 잇는 것이 풍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자(死者)의 영향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끼친다는 얘기다. 봄에 나무 끝에서 싹이 나는 것과도 같은 이치인 것은 부모의 뼈에 생기를 받게 되면 그 유체(遺體)인 자손 역시 감응이 생겨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풍수는 뼈를 신봉하는 사상일 수도 있겠다.
남미륵사 주지 법흥스님은 유독 영가천도를 강조하는 것도 풍수와 무관하지 않는 성 싶다. 자식과 부모사이, 일가친척이나 친구와의 사이에도 서운한 마음이나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가 있기 마련이다. 역시 죽은 자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감정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무의식으로 작용하는 것을 풀어버리자는 것이다. 감정의 배설을 통해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작용을 멈추게 했을 때 우리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죄책감을 씻어낼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조상의 묘를 잘 관리하거나 이장, 혹은 묘를 치장하는 것도 이와 상통된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법흥 스님은 이 주일, 혹은 한두 달, 많게는 7개월까지도 단식을 해내는 경우가 많다. 속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을 해낸다. 그 단식은 스님의 말대로 중생의 고통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에 고통을 함께 한다는 지장보살적인 고행일 수도 있겠다. 그런 가운데 범인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어마어마한 불사를 해내는 일 또한 불가사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학재단 설립, 양로원 시설 구축을 반드시 해내는 것이 원이라는 말을 자꾸 되풀이하는 법흥 스님의 깊은 마음속은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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