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훈 칼럼
김장배추 한포기의 나눔 사랑
김장을 하고나면 으레 당연한 일인 것처럼 김장배추 한포기를 이웃에게 돌리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다. 김장을 하는 일이 벅차다보니 손길을 보태서 하기도 하지만, 도와 준 사람이 아니더라도 맛 좀 보라며 김장배추를 이웃에게 돌리는 것은 훈훈한 인정임에 틀림없다.
비록 한 두 끼니의 김장배추에 불과하지만 거기에는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이 없는 행위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산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혼자 사는 독거노인 같은 경우에는 여러 집에서 가져다주는 김장김치에 여러 날을 먹을 수도 있는 경우까지 생긴다. 김장을 할 수 없는 형편임에도 혀끝을 자극하는 김장배추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비록 김장배추 한포기에 불과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매우 크다. 거기에는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적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상호 이해와 교류의 역할까지 해내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 민족은 김장배추뿐 아니라 기제사를 지냈을 때에도 음식을 나눠먹었다. 기제사를 지내고 있는 중에도 밖에서 바가지를 던지며 외치면 상대방이 누구이든 관계없이 음식을 듬뿍 담아 돌려보내곤 했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콩 한쪽에 눈물이 난다’는 말도 혼자만의 입을 고집했을 때 서운하다는 표현이다. 그만큼 나눠 먹는다는 것은 그것이 크고 작고를 가리지 않고 인정으로까지 승화된다는 말일 것 같다.
어느 인류학자의 말을 빌리면 20세기 초 미개인들도 “포트래취”라는 축제를 통해 분배를 실천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강한 부족이 약한 부족을 초대해 푸짐한 음식을 제공하는가하면 좋은 물건을 준다는 것이 “포트래취”라는 축제인데, 그 축제를 통해 강한 부족의 추장이 위세를 부리는 것도 있지만 그와 반면 약한 부족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개인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그 같은 축제를 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강하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베풀음을 통해 우월한 부족임을 나타냈고, 우월함을 지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이다.
김장배추 한포기! 작은 것 같지만 분명 우리 민족의 자랑이자 미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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