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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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 백련사에서 우전차 작업을 하는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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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배씨의 젊은시절 활동사진, 맨 앞 검정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이 이강배씨 |
백연화씨는 백련사에서 야생녹차의 첫 잎을 따서 덖은 ‘우전’ 포장에 손길이 무척 바쁜 날들이다. 예부터 24절기 중 곡우(穀雨) 전후해 돋아난 어린 순만을 골라 만든 첫차는 우전차 혹은 곡우차라 불린다. 이러한 우전차는 촉감이 부드럽고 향과 맛이 좋아 차 애호가들 사이에 최상품의 차로 인정받고 있어 요즘이 백씨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시간에 남편 이강배씨는 들에서 귀리 농사에 분주한 작업들을 하고 있었다. 부부가 강진으로 귀농한 후 농사일은 가정의 주 소득원이기 때문에 언제고 소홀할 수 없는 일터다.
이강배, 백연화 부부는 1990년에 강진군 도암면 장촌리로 귀농했다. 어머님과 두 동생이 거주하고 있었으나 장남인 이씨가 내려오자 두 동생이 도시로 떠났고, 어머님도 3년 후 작고하시면서 이씨는 장남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됐다.
어렸을 때 어머니 곁을 떠났던 이씨는 우연한 계기로 음악의 길로 접어들어 내내 음악인으로서 살아왔다. 처음 패티김 전속악단이던 한명수악단에서 음악을 배우며 음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유상봉과 템페스트에서 활약했고, 봄비를 부른 가수 박인수씨의 소개로 윤수일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밴드악단은 주로 미8군에서 활약하였고 인기도 대단했다.
“70년대에는 히피족스타일을 하고 다녔죠. 나팔형 청바지에 장발, 샌들 혹은 맨발, 자연에 가까운 화려하고 밝은 색을 선호했으며 아메리카 원주민 스타일의 비즈로 된 액세서리로 귀 뚫고 귀걸이를 했었죠. 80년도에는 힙팝이 유행했는데, 요즘 아이돌이나 걸그룹 보면 옛날 그대로로 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가요계 트렌드도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이강배씨는 젊은 시절이었던 70~80년 한때 음악인으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다. “80년대 초에는 토요일에는 백인밴드, 일요일에는 흑인밴드로 나뉘어져 공연이 이루어졌죠. 백인밴드에서는 랍이나 헤미메탈이 주 음악이었으며, 흑인밴드에서는 솔이나 펑크음악이 주 음악으로서 백인과 흑인이 서로 따로 다른 음악을 즐긴 시절이었지요”라며 당시 미8군 공연일화를 말했다.
이씨 부부가 귀농하게 된 계기는 건강상의 위기 때문이었다. 위암 진단을 받게 된 이씨는 아내 백연화씨와 어머니가 살고 계셨던 도암면 장촌리로 내려왔다. 음악만 하고 살았던 이씨에게 농사일은 전혀 생소했지만, 아내 백연화씨의 도움으로 점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음악에 미련을 못 버리겠더라고요. 그런데 아내가 시골에 사니까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조용히 살면서 건강을 챙기자고 했지요. 다시 음악하면 지방공연에 가정도 소홀하게 되고, 건강을 잃으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했지만, 사실 잊을만하면 가끔씩 음악생각이 나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당당하게 농업인으로 살고 있는 이강배씨에게는 아내의 내조가 컸다. 아내 백연화씨는 장촌리에 와서 처녀 때 즐겨했던 차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집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게 차였던 것이다. 각종 산야초를 발효차로 만들어 마시면서 남편 이씨의 건강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백연화씨는 “발효차는 위염증 환자에게 최고입니다. 우리는 발효차를 생활화했지요. 몇 십년 동안 차만 마시고 살았다고 해도 맞을 겁니다” 부부의 농촌생활은 건강회복이 첫째였다. 암초기에 이씨는 백련사를 다니며 108번씩 부처님께 절을 드렸다. 음식도 들에서 나오는 무공해 채소음식을 먹었으며, 특히 깊은 산에서 딴 야생차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차 생활은 이씨의 암을 점점 호전되게 하였다. 6개월 후 암 전이가 되지 않게 되었으며, 4년 정도 되어서는 종양이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씨는 “108번씩 부처님께 절을 했던 것이 장운동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음악과 함께 하는 생활에서 낙천적이고, 화내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죠. 몸속에 있는 나쁜 습관이나 욕심과 시기, 질투를 빗자루로 쓸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삶을 실천하니 건강이 저절로 회복됐습니다.”
아내 백연화씨는 이후 차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백련사 여연스님에게서 차 공부를 해오고 있다. 백련사 만경다설회 회장을 하는 등 우리의 차를 널리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백씨는 지금은 여연스님 휘하에서 차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강배, 백연화 부부는 음악과 차가 하모니를 이룬 듯 은은한 차 향기가 풍겨난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기에 음악에도 무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이강배씨다. “단지 한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음악으로 봉사하는 일이지요. 강진을 락페스티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은 꿈을 꾸어봅니다. 전국청소년 락페스티벌 경연대회를 열수 있다면 좋겠지요. 현재 부산에서 열고 있는데, 강진에서 열게 된다면 전국에서 재주꾼들이 모두 모이기에 조명 받는 곳이 될겁니다”
그렇지만 농사일에 전념하면서 절대 무리한 음악생활은 하지 않겠다는 이강배씨는 현재는 늦봄문익환학교에서 밴드를 가르치고 있다. 또 올해 강진성당 천지창조 밴드단 멘토를 맡은 이씨는 “천지창조 밴드명을 제가 지었는데 괜찮죠”라고 물었다. 그는 “밀알처럼 시작과 끝을 감사기도로 이어지면서 열심히 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느끼며 기쁘다”며 “멋진 밴드단이 되도록 적극 멘토 역할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농업인으로서 농사를 더 늘려서 생활에 안정이 되는 것이 첫째이고, 음악은 지역사회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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