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고원지대에 다리 하나 그럴듯하게 놓았다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을까? 표고 777m에 걸려 있는 길이 390m, 높이 173m의 다리 하나 놓았다고 2006년 개통 이래 800만 명이 다녀갈 수 있을까? 그것도 차량이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아닌 가우도 출렁다리처럼 생긴 인도전용 다리가 어떻게 그렇게 유명해 질 수 있었을까?
먼저 단연코 가우도 출렁다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너무 높은 다리여서 공포감을 느낄 만큼 편안함을 주지 못했고,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건너갈 수 없을 만큼 높은 다리였다. 그와 반면, 가우도 다리는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질펀한 바다 풍광을 맛볼 수 있고, 다리가 낮기 때문에 편안한 산책길이 될 수 있으며, 다리를 건넌 후 섬에서 민박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한 수 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코노에의 대현수교는 왜 그토록 유명해졌을까?
먼저 다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고코노에도 강진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되어 갔다. 65세 이상이 3.861인으로 37.1%를 차지했다. 12개의 온천으로도 유명한 곳이고, 토마토, 화분, 육용소, 배, 표고버섯을 생산하는 이곳이 젊은이들이 아닌 노인들이 사는 마을로 변해버린 거였다.
그래서 마을을 일으키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꿈의 구름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명품의 다리를 만들어서 관광객을 끌어 모으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업비는 200억 원이었는데, 국고보조는 3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빌리기도 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등 다리가 완공되자 8년만에 입장료 수입만으로 420억 원의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한 해에 100만 명, 200만 명이 다녀간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65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 60만 명만 잡아도 1년 세수가 30억 원이라니 강진과 비교한다면 꿈의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이 ‘꿈의 구름다리’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그야말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것인데, 그 이익금으로 28.9km의 광케이블을 깔아 마을 주민 누구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고, 중학교까지 모든 병원치료를 대신해 주고 있다.
다리를 건너보았을 때 무엇보다도 주변 경관이 좋았다. 그러니까 협곡을 가로질러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든 다리로써 물론 차량은 건너지 못하는 사람만이 건너는 다리였다. 다리의 동쪽에는 두 개의 가느다란 폭포가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수폭포>와 <암폭포>였다. 거대한 협곡이다 보니 장마철이 되면 크고 작은 폭포가 수십 개 이상 만들어질 수 있는 지형이었다. 일본 폭포 100선에도 들어가고 낙차가 83m에 이르니 다리를 한 차례 건너봄으로써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나 이 지역은 다리 외에도 온천이 12개나 있어 관광객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었다.
바위를 도려낸 천연동굴온천 노천탕의 가베유온천, 여기저기 민박이 많은 유츠보온천지대, 문호인 가와바타야스나리와 연고가 있다는 우케노구치온천지대, 구이쇼닌이 방문한 뒤로 온천수가 솟기 시작했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고 반디불로 유명한 호센지온천지대, 탕치장으로서 역사가 깊고 폭포탕과 향토요리(고쿠라쿠 온닭)가 명물인 스치유온천지대, 표고 1100m의 고지에 있고, 섭씨 14도의 냉천이 솟아나는 희귀한 간노지고쿠온천, 강바닥에서 온천수가 솟아나오며 강가에 깔아 놓은 자갈이 기분을 좋게 하는 가와조코온천, 폭포미끄럼틀로 유명한 류몬폭포가 있고 주변에 여기저기 오래된 사원과 사적이 있는 유몬온천지대, 고코노에산맥의 현관입구라고 할 수 있는 초자바루온천지대, 단풍이 아름다운 규스이 계곡에 있는 규스이케이온천, 한다고원 중앙에 있는 노란 빛을 띤 마고스온천 등이 주변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관광객 유치가 훨씬 용이했으리라는 생각이다.
매월 축제 열어 관광객 불러 모은다
이곳에 긴 다리를 만들어 건너보게 한 후 매월 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사시사철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장치인 셈이었다.
1월에는 불꽃놀이, 2월 전규슈 눈싸움대회, 3월 한다고원의 들불놓기(들불을 놓을 때 미리 풀을 벤 후 불길이 경계지역 너머로 번지지 않게 한다), 4월 나시카 축제, 5월 스지유온천 불꽃놀이대회와 우케노구치온천축제, 6월 구주아마 입산개시와 호센지 반딧불축제, 7월 다카라하치만 수국축제와 시모단기온제, 노가미기온제, 류몬폭포 개시 섬머페스티벌, 8월 고코노애한다공원 나이트하이킹, 9월 스지유온천과 유츠보온천 관월제, 10월 도시노카미 경단축제와 고코노에 후루사토축제, 고코노에 향토제, 11월 스지유 단술축제, 12월 고코노에 스키장 오픈 등이다. 한 달에 두세 개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 연중 축제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의 먹거리 자랑은 고랭지산이라는 점에서 인기가 좋다. 고랭지에서 키운 분고의 소, 표고버섯, 토마토, 배, 흰파 등은 대표적 먹거리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조용한 분지에서 정성 들여 만든 현지 술은 여행 선물로 알맞다. 높은 고원에서 사는 이곳 사람들은 고원을 걸어보는 크로스컨트리코소, 미야마기리시마의 진달래, 램사르조약에 등록되었다는 여뀌습원지, 류몬폭포, 스키장 등 자연경관과 배경을 한껏 이용해 깊은 산중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고 볼 수 있다.
강진에서도 매월 축제를 못하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 강진도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월출산에서 마량항까지 각 면에서 하나씩 축제를 연다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산뿐인 고코노에 보다 강진은 산(山)과 수(水)가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에 이벤트의 질과 격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일본에서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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