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훈 칼럼
산이 되어가는 자드락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산이 점점 내려앉고 있다. 말하자면 산이 제 스스로의 몸뚱이를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자드락밭이며 다랑논들이 어느 틈에 묵정밭이 되더니 이제는 아예 산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다복솔 같은 것이 자라는가 싶더니 아예 큰나무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밭들은 약과다. 논배미로 따져서 한 방구 크기의 밭들도 아예 벌지를 않아 잡초 천지의 묵정밭이 된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가까운 마을 뒤의 밭들조차 그렇게 묵혀두는 곳이 많아 그러잖아도 초고령화로 달려가는 마을을 향해 불길한 기운으로 엄습해오는 느낌이다.
지난 날 우리는 산을 깎아 밭을 만들고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들어 자급자족의 나라, 먹고 사는 일에 불편이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외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간척지논이 생겨났고 개간지가 늘어났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땅이었다. 갯벌의 중요성 때문에 막지 않아야할 간척지가 생기고 말았다는 논란도 있지만 밭만큼은 이런저런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잘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상전벽해의 시대가 왔다고 할지라도 고생고생해가며 만든 밭들이 그대로 묵힌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밭이 묵힌다는 것은 산으로 가는 길이 막아지는 것과도 같다. 밭이 산이 되어버린 이유이기도 하고 묵힌 밭을 골라 묘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하는 얘기다. 결국 버려진 밭은 영원히 사용할 수 없게끔 묘가 들어서는 세상이 되고만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산을 끼고 들어앉은 자연부락마다 심하다. 밭을 아예 묘지로 이용해버린 사람도 허다해서 이래저래 밭의 수난이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밭들로 인해 자연부락은 묘지로 삥 둘러싸인 꼴이다.
밭은 밭곡식을 가꿀 수 있는 유일한 땅이다. 밭곡식을 논에 심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쌀만 가지고는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식품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밭을 살리는 일은 밭곡식뿐 아니라 고소득이 되는 나무도 심을 수 있는 땅이다.
지금 농촌에서는 묵정밭이 허다하게 많다. 그러나 밭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밭곡식을 심어 가꾸기도 어렵지만 설령 가꾸어 먹는다 해도 밭주인의 말 한마디면 손을 떼야하기 때문에 더욱 묵정밭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축을 키워본다거나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도 내 땅이 아니기 때문에 뻔히 눈 뜨고도 이용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직불제다 뭐다해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즈음이다. 직불제는 분명 논농사를 직접 짓는 사람에게 주는 인센티브이다. 이제 논농사에만 그 같은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밭농사에도 직불제를 넓혀야 한다. 버려진 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없지만 밭은 이만저만 많다는 것은 국토를 손실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이유로든 밭을 살려야 한다. 많은 인력과 돈을 들어 만든 자드락밭을 속절없이 묵힌대서야 고유가니 사료값 폭등이니 하면서 살기 어렵다는 말인들 설득력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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