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기자의 강진고을 이슈>
유신독재 반대에 앞장섰던 청년 손학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은 47년 11월 22일 경기도 시흥군 동면 시흥리(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교사였던 손병화, 양현자 부부 슬하 10남매 중 막내로 출생했다. 아버지 손병화씨는 교사로 생활하다가 손 고문이 태어날 무렵 교장으로 승진했으나 손 고문이 4살 되던 해인 1950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손 고문과 형제들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 고문은 2014년 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6.25 한국전쟁 후였기 때문에 모두가 어려웠지만, 우리 집은 열 남매였다. 그중 내가 막내였고, 열 명 중 세 명은 일찍 죽고 일곱 명이 함께 자랐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 아이들은 많지,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고생 덕에 공부할 수 있었다. 조금 자라서는 나의 형, 누나들이 돈을 벌어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1953년 시흥초교에 입학한 손 고문은 4년 뒤 매동초교로 전학했으며, 59년 졸업했다. 이후 경기중과 경기고에 다녔으며, 경기고 3학년 때에는 대학생들과 시청 앞 당시 국회의사당에서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했었다. 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에도 손 고문은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지하, 김정남, 김도현, 이현배, 허현 등의 선배들과 함께 문리대 학생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대학 2학년 때 삼성그룹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여한 손 고문은 무기정학을 받았으며, 무기정학을 받은 기간에 또 데모를 하여 연속 무기정학을 받았다. 이와같이 연이은 무기정학을 당하자 손 고문은 강원도 함백탄광으로 가서 일했고 이후 복학하여 전태일 평전을 쓴 故 조영래 변호사, 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대표와 더불어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1년 동안 감옥살이를 할 정도로 열혈 운동권이었다. 이처럼 손 고문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민생 철학을 다듬은 것은 학생·빈민·노동운동에서 비롯됐다고 하겠다.
대학을 졸업한 손 고문은 69년 입대하여 72년 육군 병장 만기 제대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으며, 소설가 황석영씨와 함께 구로공단 작은 자취방을 얻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70년 대 중반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 심화되자 현상금 200만원과 2계급 특진이 걸린 수배자가 된 손 소문은 2년 동안 원주의 사과 과수원과 서울의 철공소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암으로 투병중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부음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손 고문은 이때 체포될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의 영정을 찾아 불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경찰에 연행됐다.
이후 손 고문은 유신 체제가 막을 내리던 때에 기독교 사회운동에 몸담아 빈민선교에 뛰어들었다. 손 고문은 부마항쟁이 일어나자 부산으로 내려가 활동하다가 계엄사령부에 체포되었다. 당시 김해보안대에 수감된 손 고문은 48시간 취조 없이 구타로 인한 사망 직전에 이르렀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유신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10.26 발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손 고문은 “10.26 사태가 일어났던 1979년 박정희가 중앙정보부 부장이었던 김재규에 의해 사망한 그 시간에 나는 김해 보안대에 갇혀 있었다. 그해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부마항쟁)이 있었는데, 정부는 진압을 위해 그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현장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갔다가 보안대(지금으로 말하면 기무사)에 끌려가 48시간을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두들겨 맞았다. 서울에서 온 중앙정보부 대공수사단장이 죽지만 않게 때리라고 했다. 정말 누울 수도 없이 맞았다. 한참을 때리고 취조하더니 나가더라. 그 후 공포가 점점 더 심해졌다. 당시 서울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치안국에 끌려가 취조를 받았는데, 이들 수법은 한 번 취조를 하고 나갔다 돌아와 다른 새로운 자료를 가지고 더 악랄하게 취조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한 번 나간 수사관들이 다음날까지 들어오지 않아, 나는 바로 다음날 석방됐다. 알고 보니, 전날 저녁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을 당한 것이었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죽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사형선고를 당했을 것이다. 당시 나는 민주화 운동의 본산이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활동했었기 때문에 나를 잡아 죽이기에 참 좋았을 것이다.”라고 모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손 고문은 1980년 봄, 세계교회협의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아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로 유학을 떠났으며, 1987년에 정치학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국내로 돌아온 손 고문은 5공 말기에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을 맡아 부천서 성고문 사건 자료집인 우리의 딸 권양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각종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등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은 공권력의 횡포와 부도덕성, 인권탄압의 실상을 폭로한 대표적 사례의 사건으로 손 고문과 서울대 삼총사로 불렸던 고 조영래 변호사가 사건을 변호하여 끈질기게 매달려서 가해자 문귀동이 징역 5년형에 처해진 사건이다.
손 고문은 대학시절 내내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다.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시절에는 이미 고인이 된 조영래 인권변호사와 70~80년대 민주화운동 대부로 불리는 김근태 의원과 함께 ‘서울대 운동권 3인방’으로 불리며 학생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한 학생운동을 통해 일찌감치 민생에 눈을 뜬 손 고문의 삶은 이미 순탄치 않은 역정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현숙 기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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