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비극 앞에서
윤기향(경제학교수 미국 플로리다 어틀랜틱 대학교)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민족적 비극이다. 그리고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하는 양심의 울림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크고 작은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세월호 참사만큼 많은 국민들에게 무한대의 슬픔을 안긴 사건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꿈의 꽃봉오리를 피워보지도 못한 많은 어린 학생들이 비바람을 맞고 땅에 떨어진 꽃잎처럼 땅에 떨어졌으니 이 어찌 가슴을 오려내는 아픔이 아니겠는가? 이 고통을 당한 가족들의 슬픔은 억겁의 세월이 흐른다 한들 잊혀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겪고 있는 우리들을 또 한번 슬프게 하는 것은 정치적 이념에 따라 이를 폄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을 아픔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를 정치적 이념으로 덧칠하려는 세력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마치 비온 뒤에 독버섯들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처럼 어린 생명들을 삼킨 어둡고 차가운 바다의 물안개가 이 땅을 덮고 있을 때 저편에서 진실을 회칠하려는 세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하는 비유로서 포도주 반병의 비유가 있다. 포도주가 반이 담겨져 있는 병을 바라보면서 어떤 사람은 포도주가 반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도주가 아직도 반이나 남아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자기의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은 포도주가 반이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보지 않고 이를 오른쪽 눈으로만 보려고 하는가 하면 또는 왼쪽 눈으로만 보려고 한다.
어느 집단이나 사회에서든 이러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건전한 집단이나 사회라 할지라도 구성원 중 20% 정도는 사건을 사실로 바라보지 않고 자기의 이념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구성원 중 10% 정도는 오른쪽 눈으로만 바라보려고 하고 구성원 중 10%는 왼쪽 눈으로만 바라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20대 80의 사회구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이념 대립의 폭이 넓고 첨예하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율이 60대 40 또는 40대 60이 될 것 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들에게는 객관적인 진리라는 것은 없고 그들이 믿는 그 자체를 진리라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진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양심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꽃다운 생명들이 피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는 것, 그 동안 압축 성장과정에서 씨줄과 날줄로 엮어지듯 정치, 사회 곳곳을 엮어 매인 부정, 부패, 부조리의 적폐가 낳은 결과라는 것, 그리고 사고에 대처하는 현 정부의 무능과 무력과 무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바라보는 것은 이념의 유혹 이전에 양심의 소리이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전에 인간의 슬픔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분노하지 않은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전에 진리의 외침을 외면하는 사람들이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은 옳게 살려는 사람들의 양심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외침이다. 이러한 슬픔과 분노가 왜 종북이 되고 좌파가 되어야 하며 빨갱이로 몰려야 하는가?
최근 일부 교계, 학계 지도자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눈을 가리고 그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망언을 계속 하고 있다. 한국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다음과 같은 설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문제가 있다. 특히 좌파, 빨갱이, 종북 이것들, 정신이 나갔다. 세월호 사고 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하면서 울 때 나도 울었어. 박근혜 대통령 연설 듣고 울 때 안 우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야.” 그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보려고 하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기는 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는 어린 생명이 죽어갈 때는 울지 않고 대통령이 울 때 따라 울었다니 교회 이름을 근혜사랑제일교회로 바꾸던지 한국미움제일교회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조광작 목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가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도 예수님이 가난한 자들의 친구로 이 땅에 오셨다고 설교하면서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권력자를 향해 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세월호 사건은 교통사고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진실에 눈을 가리도록 한 것일까?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런 일련의 참담함 속에서도 미주 동포 가운데 많은 분들이 자비를 들여서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광고를 낸 것은 우리의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고 있다. 이는 양심의 소리에 외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외침이다. 이를 두고 미주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미주한인총연합회가 극소수의 동포들이 광고를 냈다고 비난 성명서를 낸 것은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에 흔히 등장했던 낡은 수법의 환생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하늘을 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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