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월촌 25> 바람 든 무 /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바람 든 무
칼로 댕강댕강
쳐내 버리시던 어머니
바람 든 것은 맛이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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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든 것은 제 값을 못 받는다. 무엇이 바람인가? 허망한 꿈, 허망한 생각과 행동이 바람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산을 도박에 탕진하는 것, 주색잡기에 탐닉하여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것, 정치가들이 당선을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무조건 남발하고 보는 것, 국민 환심 사려고 되지도 않을 약속 해대는 정권이나 여당, 야당, 공무 행정가들의 허풍, 그리고 거기에 쉽게 넘어가는 어리석은 국민들... 이런 것들이 바람 탓이다.
그뿐인가? 비싼 상표만 고집하는 명품병, 하루 저녁 수 백 만원 하는 술집, 남의 집 덩달아 사치하는 허세풍만한 가정들, 권력을 이용한 뇌물 수수와 부정부패, 대책 없이 노동자 탄압하고 세금 포탈하는 재벌들의 몰양심, 무조건 파업하고 협박하려드는 고급 노동자들, 묻지마 막장 드라마와 음란 저질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혼을 잠재우는 방송사들의 직무유기 및 횡포...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그치지 않는 바람의 백태이다.
그러고 보니 바람 든 것은 맛이 없다 하시면서 대번에 칼로 무를 쳐내 버리시던 어머니의 일성이 그립다. 옆에서 무 조각 얻어먹던 나도 툇! 하고 뱉어버린 기억이 새롭다. 겉으론 그럴싸해 보여도 제 맛 없고 실속 없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판을 치는 세상. 봄이다. 봄바람 분다. 사람과 가정과 사회를 멍들고 병들게 하는 바람은 제발 불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이제라도 그쳤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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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민 시인 / 1996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상 당선 (조병화 시인 選) 2005년 한국크리스챤문학상 수상. 시집『등불이 있는 마을』(시와문화 2010) 현 남도햇빛교회 담임목사 nasaret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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