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와 유선호 의원의 관계는?
1000만원 이상 후원금 받은 유 의원의 역할은?
청목회, 지난해 9월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유 의원과 접촉 시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와 지역구 유선호(3선)의원의
관계는 과연 적절했을까?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청목회는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법안을 발의한 행정안전위원회뿐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등 법안에 영향을 미치는 상임위에 차례로 접근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유선호 당시 법사위원장과 접촉을 시도하는 등 후원금을 내고 관련 내용을 내부 카페에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경찰법 개정 이전에 청목회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유선호 의원은 지난 28일 오전 <강진고을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목회 사건과 관련해 한 점 의혹도 없다”며 “일부 음해세력들이 차기 총선주자와 연결돼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5일 장흥·영암 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
지난 11월 5일 장흥과 영암지역 유선호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수사관들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근 채 한 시간가량 샅샅이 뒤져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박스에 담았다. 수사관들은 회계담당자 컴퓨터에 저장된 후원금 내역과 후원자 명단 등 파일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 검찰 수사관은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소속. 청목회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유선호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30만원 이하 소액 후원자는 신상을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로비를 하는 단체나 기업은 가족과 직원을 동원해 고액 후원금을 소액으로 쪼개 후원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의도가 없었다”고 잡아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로비를 받는쪽 역시 “후원자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청탁 대가성’을 부인할 수 있다.
검찰은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에서 10만원씩 소액으로 나눠 집단 입금한 돈의 성격에 대해 1000만원 이상은 ‘개인 후원금 합산’이 아니라 법적으로 금지된 ‘단체 후원금’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청원경찰법 개정 고비마다 후원금 조직적 살포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로비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청목회가 후원금을 집중적으로 전달한 시기는 2009년 10월.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12월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이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된 지 3개월 만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2009년 4월 9일 청목회의 비공개 인터넷 카페 ‘전국 청목회’에서 청목회 최 회장이 올린 ‘우리의 운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국회의원 명단 등이 언급됐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실은 지난 11월 7일 해명자료를 내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였다. 2009년 11월 권 의원이 청원경찰들이 배우자 명의로 후원금을 입금한 사실을 보좌진에게서 보고받았고, 이를 반환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이는 지금까지 의원들이 소액 후원금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대전 청목회 회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며 후원금을 내겠다 제의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대가성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A의원 후원회 회계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목회 회원들이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 중 일부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진실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후원금 돌려준 국회의원들 ‘깊은 한숨’
검찰이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에 착수하자 뒤늦게 돈을 돌려준 일부 국회의원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불법후원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30일 안에 돈을 돌려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반환이지만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로비성 후원금 자체를 아예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실제로 이번 청목회 사태에서 연루된 국회의원들은 너도 나도 “적법한 범위 내에서 들어온 돈이어서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선호 의원은 “3분의 2이상이 소액후원자인데 청목회에서 들어온 건 아주 일부여서 그 사람들 것만 보고받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후원회 제도 아예 폐지해야”
이처럼 로비 의혹이 터질때마다 정치후원금 제도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2009년 2월 권경석 의원은 “후원회를 아예 폐지하고 중앙선관위로 하여금 개인, 법인, 단체의 기탁금을 받아 분기별로 국회의원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처럼 입법 로비를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건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차라리 모든 내역을 신고하도록 해 양성화하자는 것.
실제로 미국 의원들은 로비스트에게 돈을 받은 내역을 공개해 유권자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매번 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국민들의 정치인 불신이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로비공개법’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불법 후원금을 받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치자금 한도를 정한 이유는 투명하게 후원을 하자는 것이다. 소액이라도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송승환 기자 fn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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