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아버지 다산
경학자나 실학자로서가 아니라 아버지로서 다산 정약용을 조명한 책.
정약용(1762~1836)은 실학을 집대성한 훌륭한 학자였지만,
아버지로서는 너무나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아내인 풍산 홍씨(1761~1838)와의 사이에 9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이 중 6명이 요절했고, 유배생활을 끝낼 즈음에는 젊은 며느리도 잃었다.
다산의 나이 40세 때인 1801년 신유사옥(辛酉邪獄)으로
셋째형 정약종은 참수되고 둘째형 정약전과 그는 유배됐다.
이런 아픔을 겪는 가운데서도 정약용은 자식들을 혹독하게 교육했으며,
며느리에게는 직접 묘비문을 써줄 만큼 자상한 면모도 보였다.
졸지에 가문이 몰락한 충격으로 행여 자식들이 공부를 포기하고 나쁜 길로
빠질까봐 다산은 귀양지에서 수많은 편지와 가계(加計․집안사람들에게 훈계
하는 글)을 보내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그가 자식들에게 특히 강조한 것은 폐족으로서 생존하려면 술을 멀리하고
학문에 매진하라는 것.
또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치라, 경제에 관심을 가지라고도 당부했다.
다산은 언젠가 가문이 다시 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자식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집안의 흥망이란 굴러가는 바퀴 같은 것. 연장을 갖춘 후 때를 기다리면
쓰일 날이 왜 없겠나. 문자만 잘 익혀서 사해를 밝게 하라. 구속된 삶도
고관대작도 그 모두가 꿈이란다”라고 쓴 편지에 그의 이런 심경이 엿보인다.
자신의 학문을 이을 후계자라고 여겼던 두 어린 조카 학초와 학수가 연이어
세상을 떴다.
정약용은 학초의 죽음을 대하고는 “유배된 이후 저술한 책 240권은 학초에게
전하려 하였더니 이제는 그만이로다”라며 슬퍼했으며, 학수가 세상을 떠나자
시(詩)를 써 애통한 마음을 표현했다.
저자는 백성을 위한 정치를 강조했던 정약용의 학문 역시 자녀를 사랑하는 감정이
나라와 백성에게 확산된 ‘일시이동인(一視而同仁, 하나로 보고 같이 사랑함)의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글항아리. 256쪽. 1만1천800원.
서울=송승환 기자 fn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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