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윤민화 기자가 보는 세상읽기(4)
장애인의 날에 생각하는 내 마음 속 장애
앞마당에서부터 산위까지 목련, 벚꽃, 진달래, 개나리 울긋불긋하니 참으로 봄이다. 봄바람 살랑거리니 주말이면 봄나들이 가는 이들이 산마다 들마다 가득하다.
이 좋은 봄날, 몸 움직이기 편한 사람은 아주 간단하게 채비하여 산으로 올라 맘껏 야호를 외칠 수 있다. 몸이 편치 않은 이들은 일생의 단 한번이라도, 산위에 올라 야호 한마디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저 집안에서 보는 것으로 족하거나 잠깐 마당 앞에 나가 봄볕 쐬는 것으로 족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로 30회가 된다. 그 연원을 따져보자. UN이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하고, 각국에 장애인의 권리가 증진될 수 있도록 권장하였다. 그해 우리나라 정부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저 매해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복지제도도 발전했으니 30년 전 그 해와 비교하자면, 말할 것 없이 장애인 복지와 제도는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는 제도와 사람들의 의식이 함께 성장해야 온전한 발전이라 생각하는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장애인 복지는 갈 길이 먼듯하다. 멀리 찾을 것 없이 나부터 그러하다.
그러니까 사오년 전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그 곳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후원한 금품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그 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중증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를 지원하였다. 지원규모가 대략 34억원이었고, 약 2,300여명에게 지원하는 사업이니 그 규모만큼이나 할 일 또한 많았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일이며, 휠체어 공급업자를 선정하는 일이며, 휠체어를 배분하는 일이며, 후원기업․정부․장애인이 함께하는 대규모 전달식을 준비하는 일 등 빠듯한 일정에 수많은 일들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었다. 또 전국 권역별로 전시장을 두어 자신이 탈 휠체어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일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전달식 시일이 워낙 촉박하여 각 단계 일정을 충분하게 잡지 못했다. 특히 전국 권역별 전시 일정을 충분히 잡지 못했다.
일이 진행된 지 얼마 안되어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 당신들은 휠체어를 장애인이 타는 도구로만 생각하겠지만, (장애인인)나에게는 내 몸 한쪽을 짜는 일인데, 당신 같으면 시일이 촉박하다 하여 당신 몸을 아무렇게나 짜 넣겠습니까?”
한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원사업을 했는가 돌이켜보았다.
그 분 말이 맞다. 나는 그저 휠체어를 장애인이 타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아마도 장애를 갖지 않은 대다수 이들이 쉽게 그리 생각할 것이다. 장애를 갖지 않은 이들에게는 길거리 나서면 수없이 만나게 되는 문턱들이, 이 계단이, 그저 올라서면 되는 것이지만 휠체어를 타는 이들에게는 이는 건널 수 없는, 오를 수 없는, 넘어설 수 없는 그야말로 장애물이다.
그러고 보니, 내 마음 속에 있는 장애는 내가 불편하지 않으니 남의 불편을 생각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배려였다. 내 마음 속 장애가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애써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이 좋은 봄날, 일생 단 한 번이라도, 산위에서 야호를 외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내 마음과 내 시간 한 조각을 애써서 내어주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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