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때문에 신문 방송에서는 연일 선거 얘기가 보도되고 있다. 선거는 정치인을 뽑는 일이요, 지역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는 일이니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고집>을 부리는 정치인의 행태이다.
<플루타아크 영웅전>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다루고 정치에 종사하는 인물로서는 자기 고집을 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플라톤의 말에 의하면 정치인은 이해해 주지 않는 고적 속에 묻혀 오래 고생하며 인내해야 하는 것인데 어리석은 자는 이것을 매우 값싼 것으로 생각한다.’
자기 고집을 꺾는다는 것은 소통을 말하고 대화를 말한다. 소통과 대화가 없는 정치는 고집일 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딱딱하기는 삼년 묵은 물박나무 같다’란 말이 있는데 고집이 매우 센 사람을 이름이다. 또 ‘꼿꼿하기는 서서 *을 누겠다’는 말은 유리하고 편한 방법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그대로 하지 않고 쓸데없이 호기를 내며 고집을 부린다는 뜻이다. 자기만 옳다며 남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이름이다.
이렇듯 정치를 함에 있어서 남에게 박수 받는 것에만 몰두할 뿐, 대화도 소통도 없이 고집만 부린다면 오래갈 수가 없다. 설령 이해해 주지 않는다 해도 오래 고생하며 인내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덕목일 것이다. 장자(莊子)는 ‘고집은 어리석지 않다고 우기는 데 있다’고 말했는데, 장자의 말을 이렇게도 해석될 것 같다. ‘고집의 정치인은 어리석은 정치인이다.’라고.
물도 얼면 부러지는 법이다. 고집만을 내세우고 휘어질 때 휘어지지 않는다면 부러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설암(舌癌)에 걸린 극작가 프랑소와 꼬뻬 이야기다. 어느 날 친구가 꼬뻬에게 말했다. “선생의 병은 설암이므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어제 아침 R전하의 마차군도 수술을 하여 결과가 양호합니다” 그러자 꼬뻬는 “내 혀를 자르겠단 말인가?”하고 물었다. “그렇게 해야죠” “혀를 잘라버리면 말을 할 수 없을 것이야. 그 지경이면 오히려 죽는 것이 났지. 그리고 난 또 R전하의 마차군도 아니야” 결국 수술은 하지 않았고 다섯 주일 후에 꼬뻬는 죽고 말았다.
고집에 대한 이솝의 우화가 있다.
고집이 센 나귀를 몰고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산길을 가고 있을 때 나귀가 자꾸만 낭떠러지 쪽으로 가려고 했다. 주인은 큰일이다 싶어 나귀의 꼬리를 잡고 나귀를 끌어올리고자 애썼다. 그러나 나귀는 조금도 다시 올라오려고 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며 낭떠러지가 있는 쪽으로만 가려고 했다. 얼마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주인은 나귀의 꼬리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나귀는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고집이 세어 남과 다투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 나귀 같은 신세가 되는 일이 많다는 우화이다.
<정치는 불을 대하듯이 해야 할 일이다.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가까이 가선 안 되고, 동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멀리 가선 안 된다> 이 말은 <안티스테네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정치란 조화를 이뤄야지 고집을 부리다보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동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맹자의 말이다.
<걸주(桀紂:중국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 즉 천하의 폭군을 비유하는 말)>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까닭이다.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민심을 잃은 까닭이다. 천하를 얻는 데는 방법이 있다. 그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그 백성을 얻는 데는 방법이 있다. 그 민심을 얻으면 곧 백성을 얻을 수 있다. 그 민심을 얻는 데는 방법이 있다. 백성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모아다 주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베풀지 않도록 할 뿐이다>
정치란 맹자의 말처럼 해야 하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든 말든 자기정치에만 급급하고 만다. 모든 언행이 국민들을 향해 있어야 하는데, 자기선전과 자기과시, 자기유세에만 치달으면 곧 외면을 당하게 되고 정치적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정치가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자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일, 내주, 내월, 그리고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언할 수 있는 재능이다. 그리고 후일에 그 예언이 맞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을 소유하고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새겨 들어야할 말이 아닐 수 없다. 한치 앞을 모르고 함부로 또는 감정대로 정치한다면 그 말로가 비참할 뿐이다.
누군가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언어고 언어는 설득의 도구라고 한다. 명확하고 간결한 김대중의 언어에서는 그의 지적인 치열함과 사람됨이 묻어났다’라고.
자기선전, 자기과시, 자기유세에만 급급한 정치인이 어떻게 사람됨이 묻어날 수 있겠으며 지적인 치열함은커녕 저속하고 자기변명에만 급급할 뿐이 아니겠는가.
큰 정치든 작은 정치든 정치 지망생이든 간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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