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김한얼 기자의 우리나라 현 사회로 보는 '전세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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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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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얼 기자의 우리나라 현 사회로 보는 '전세사기'
전세, 더 이상 신롸할 수 있는가?

전세, 더 이상 신롸할 수 있는가?

 

2022년 수백 세대의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무려 1000채 이상의 건물을 소유한 빌라왕김대성의 사망부터 시작해서 수백채의 건물에 명의가 있는 인물들이 잇달아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들과 계약한 세입자들은 순식간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사라졌으며, 피해자의 규모는 천 세대가 넘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심각한 문제로 여겨 대출 및 전세에 관한 법률들을 개선하거나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가령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지난 929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리고 대출 제도와 관련하여 여러 개선이 이뤄져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세란 무엇인가

전세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주택임대차 유형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일정한 금액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주택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매달 고정비용을 내야하는 월세에 비해서 매력적인데, 이러한 장점 덕분에 무주택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임차주택에 거주하고, 목돈을 만들어 내집마련을 용이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렇기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거나 적금을 드는 것이 수익구조에서는 더 이득을 본다는 계산도 있다.

 

 

왜 일반적인가?

그런데도 전세는 한국에서 일반화 되어 있다. 집주인들이 바보라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세는 주택가격이 반드시 꾸준히 오른다는 확신이 있기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1993년 주택 안정기와 1998IMF 두해를 제외하면 끊임없이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특히 1970~80년대는 군사정권 하에서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시기로 1970년대 말에는 지가상승률이 무려 50%에 달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30%에 가까웠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이보다 더 높았다. 그렇기에 과거 재산을 불리는 방식은 당연히 부동산 투자였다. 부동산을 얼마나 잘, 많이 확보하느냐가 상류층과 하류층의 차이였다. 그렇기에 돈 있는 사람은 집 한 채를 마련하고, 바로 이 집에서 확보한 전세금을 바탕으로 다른 집을 사는 식으로 재산을 불려나갔다. 이러한 방식은 호황일 때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윈윈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과거 금융 시스템은 기업대출만 성행하고 가계대출에 매우 인색했기에 잡주인 입장에서 돈을 투자 방법은 전세뿐이었다. 즉 부동산 광풍과 과거의 빈약한 가계대출 금융 시스템이 오늘 날까지 전세가 흔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있다.

 

전세의 문제점

그러나 전세는 전적으로 집주인의 상태에만 의존해야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집주인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하거나 파산을 신청할 경우 세입자는 원금조차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안정적으로 재산을 불려나가거나 유지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집주인의 상태에 이상이 생긴다면 세입자까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가령 집주인이 파산을 신청하여 자신의 건물들이 은행에 넘어가 경매에 올라갈 경우 세입자 입장에서는 돈을 받기가 난감해진다.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는 것을 질질끌거나 법정 다툼까지 이어져 많은 시간이 낭비될 수 있다. 세입자가 공공기관이나 회사에 근무할 경우 이러한 법정 공방은 세입자는 시간과 기력은 물론, 여러 비용을 더 지불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세입자들은 결국 합의를 통해 일부만 돌려받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세사기

전세의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세입자의 거금을 노리고 작정하고 개인과 집단도 있다. 이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입자의 돈을 그대로 집어삼켜버린다. 실제로 작년 빌라왕 사태와 최근수원에서 사태가 특정 조직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선 전세사기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전셋집의 가치가 떨어져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돌아 집을 처분해도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주택에 세입자를 유인하는 깡통전세

2. 하나의 주택에 두 명 이상의 세입자와 계약을 맺거나, 중개인이 세입자와 집주인에게 다른 내용의 계약을 맺게 하는 이중계약·중복계약

3. 신탁회사가 소유한 주택이나, 세입자 몰래 소유권을 이전한 주택에 세입자를 유인하는 신탁부동산사기·소유권 이전

4. 고시원이나 근린생활시설 등 주거용이 아닌 건물에 세입자를 유인하는 불법 건축물 사기가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청년층들인데, 그 이유로는 부동산 시장 고공행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부동산을 구입하기 힘들어졌고, 그래서 대출을 통해 차선책으로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현행 대출제도는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반면, 위험 부담에 대한 안전장치가 크게 미비했다. 전세 사기 세력은 이러한 허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청년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중개인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집주인들과 중개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청년 세입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숨겼다. 가령 집주인들과 중개인들은 돈이 많고 땅도 많아 걱정 안해도 된다며 세입자들을 안심시켰으며, 아파트나 빌라에 우선순위로 잡혀있는 담보대출 탓에 전세 계약을 주저하는 세입자들에게는 전세 보증금을 못 받으면 대신 돌려주겠다며 효력 없는 이행보증각서까지 써가며 전세 계약을 했다.

물론, ‘전세보증보험제도가 있다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만, 작년 빌라왕 사태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집주인이 사망하여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이 확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들어 세입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아무리 전세보증보험과 같은 보험에 가입해봐야 이런 식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한 전세사기에는 눈뜨고 코베이는 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세계약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들은 계속 마련되고 있다. 특히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은 개인정보침해 및 권리 침해라고 오해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929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만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전세 문제가 사회적 혼란을 심각하게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을 비웃듯이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건물주 일가족 3명이 잠적하여 300명 이상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함으로써 정치권에 다시 비상불이 들어왔다. 결국 전세계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전세 사기는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가 청년들의 내집마련에 가장 이상적인 계약 형태인 이상 이러한 일들은 법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한 계속해서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지금도 사회 초년생들은 갑자기 파산신청을 해버리거나 잠적한 집주인들 때문에 그동안 모은 묵돈을 잃고 절망감과 불신에 빠져있으며, 그러한 감정들이 SNS가 발달한 오늘 날에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이런식으로 계속 허무감과 절망을 안겨준다면 결국 이 나라의 미래가 장밋빛이 아닌, 쓰레기에 둘러쌓여 반쯤 썩어가는 장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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