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봄날
자네들 들었는가 기어코 아랫마을 매화년이 버람이 났네
고추보다 매운 추운 겨울날도 잘도 견디고 살더만은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놈이 귓가에 속삭이더니 잠시도
못참아 달랑 꼬임에 넘어 가버렸네.
아이고 말도 마이소 어디 매화년 뿐이당가 살랑대는봄
바람에 피어대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댕이를 들썩 대는디
난리가 아니네 키만 삐쩍 큰 목련부터 귀때기 피도 안마른
제비꽃년들 난리가 아니랑께.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구만 여기 저기 온 천지가 바람나서
보통난리가 아니구만 그려 어쩔수 없당께 누가 말린다고
얌전이 있으란가 그려 어쩔수 없당께
진달래년 주둥이 보소 빨갛게 루즈까지 색칠해 부렸구.
그려 그려 어쩌랑가 잡을수 없는 없는것이 봄 바람 아닌가
바람난 꽃년들 그냥 잡지 말게나 숲속의 짐승처럼 암수가
만나서 종족을 번식하듯 그들에게도 암수를 잘만나.
풍성한 열매를 기대 해보세.
덕산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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