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산의 초상화는 다산의 말씀이요, 가르침이다
다산 초상화 한 폭을 가지고 서울에서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초상화를 다산초당이나 유물전시관에 걸어놓고 관광객들에게 내보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기자회견을 통해 알린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다산 영정을 와서 봐달라는 홍보의 목적이고, 또 하나는 다산의 영정은 곧 다산의 말씀이자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산이 저술한 500권의 방대한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읽는다 해도 부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방대하다는 뜻인데, 그러나 초상화를 통해 다산이 전하고자 하는 다산정신과 나아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을 다 들을 수없기 때문에 절에서는 부처님의 모습을 모셔놓고 부처님의 인격을 흠모하고 찬탄함으로써 감화를 받게끔 하고 있다.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폭의 그림으로 담은 팔상도 역시 그 그림을 통해 부처님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존경과 함께 말씀을 이심전심 듣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산의 영정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18년간 이곳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많은 명저를 지어 낸 다산, 그런 가운데에서도 불쌍한 백성을 잊지 못해 한숨을 내쉬었던 다산의 실체를 눈으로 봄으로써 우리는 다산의 정신, 다산의 철학, 다산의 가치관과 변혁의 사상을 느껴볼 수가 있는 것이다. 존경과 흠모는 이미 다산의 생음을 들었다는 의미도 된다.
다산은 200년 전의 어른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산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다산말씀이 우리의 희망이요, 등불이기 때문이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다산학의 책을 나열해놓은 것 보다 단숨에 다산정신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다산초상화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백범 김구나 안중근 의사나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세워놓고 있는 것도 다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바라보며 어느 누가 밀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부정부패를 떠올리겠는가. 예수의 피 흘리는 십자가를 보며 도둑질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주절주절 말할 수 있으며 남을 모함하고 시기 질투하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산의 초상화는 상당한 고증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시대에 살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외로워하면서도 학문은 물론 백성 사랑하기를 바다처럼 행하였던 다산의 얼굴과 사뭇 비슷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다산의 영정을 통해 우리의 가슴을 씻어 내리는 청량제 역할이 항구적으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결코 헛된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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