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태풍 다나스가 무사히 지나가고 제비들도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강남에서 제비들이 난리가 났다고 하네. 제비집 부수고 쫒아내고 차에 깔려 죽게 했다고....”
매일 오시는 가게 손님이 그녀가 제비이야기를 꺼내자 하셨던 말씀이다. 그 제비들과 그녀와 인연은 2년째 계속 되고 있다. 태풍 다나스가 올라온다는 일기예보와 함께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그녀의 커피숍 입구 천 가림 막 밑에 지어진 제비집이 두 번 박살났지만, 제비들은 집이 사라진 집터와 부근에 매일 머물렀고 밤에는 그대로 잠을 잤다.
작년에 그곳에 집을 지었던 제비들은 새끼를 잘 길러 여름이 지나면서 강남으로 떠났었다. 그런데 올해도 그 집에 제비들이 들어와 새끼를 낳았다. 이곳뿐 아니라 그녀의 주차장 천정에도 제비집이 2년째 그대로다. 그리고 그 옆에까지 한 채의 집이 더 지어져 이쪽저쪽에서 제비새끼들이 고개를 내밀며 짹짹거렸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귀엽기는 하지만 크면서 바깥출입이 잦아졌는지 승용차 위에 주르르르 똥을 갈겨놓는다. 쫒아낼 수도 없어서 그녀는 차에 덮개를 씌어놓는 불편을 감수하고 살았다. 그러니까 주차장에 집을 지은 제비는 참 안전한 곳에 집을 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가 오나 태풍이 오나 새끼들이 편안한 집터다. 문제는 커피숍 앞에 있는 제비집이다. 이곳은 늘 사람들이 지나다녀 불안한 곳이기도 하지만, 비가 오면 천막으로 비가 스며들어서 제비집을 축축하게 하고 허물어지게 했는데 그 일이 두 번이나 벌어지고 말았던 거였다.
밤새 비가 많이 내렸던 그날 아침, 그 제비집이 부서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다섯 마리의 새끼들은 꾸물대며 죽어가고 있었다. 처참한 제비집의 참사였다. 아침에 문을 열면 고개를 내밀며 내려다보던 녀석들, 그녀가 아침인사로 ‘제비야’ 하고 부르면 ‘짹짹짹’ 대답하고 그녀가 ‘좋은하루’ 하면 ‘짹짹짹짹’ 하며 대꾸하던 녀석들이었다. 그 녀석들을 땅에 묻었지만, 부모제비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하더니 3일 만에 완공시켰다. 그리고 또 새끼를 낳았다. 그녀는 제비들이 사랑스러웠지만 늘 불안했다. 좀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집을 짓지 왜 또 이곳에 집을 지었는가. 주차장에 집을 지은 제비가 더 영리하게 생각됐다. 비가 오면 또 부서질 것만 같아, 새끼를 데리고 날아갈 때까지 큰 비가 안 오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불안한 날이 또 오고야 말았다. 비가 추적추적 하루 종일 내리자 제비집이 자꾸 허물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안에서 새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지난번 같은 참사가 두려워서 어떻게든 안전하게 해주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박스에 방석을 깔고 무릎담요를 준비해둔 다음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그 녀석들을 꺼내서 박스에 담았다. 세 마리였다. 갑작스런 이동에 놀란 제비새끼들이 날개를 푸드덕 거리더니 도로로 날아갔다. 비는 내리는데 축축한 도로로 날아간 제비들을 한 마리씩 찾아서 박스에 담아 커피숍 앞에 조금 높게 놓아줬다. 그리고 못 날아가도록 담요를 살짝 덮었다가 부모제비에게 알려주기 위해 담요를 조금 열었다. 그때 활발한 한 놈이 도로로 날아가더니 하필 승용차가 지나가서 즉사하고 말았다. 내내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두 녀석은 더 이상 날지 않고 고개만 빼꼼히 내놓으며 안정을 찾은듯했다. 그리고 부모제비들이 날아다니며 새끼들을 찾았고 그날 밤에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새끼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이틀간 제비들이 보이지 않아 허전해지던 삼일 째 아침, 커피숍 문을 열자마자 제비 세 마리가 안으로 날아 들어와서 진열장 위에 앉았다. ‘짹짹짹짹’ 그녀는 제비들이 항의를 하는 건지, 마음을 알아주는 건지 궁금했지만 제비의 마음을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사랑으로 대했던 자신의 마음을 그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 하지만 무척 기뻤다. 제비들은 이쪽에 앉았다 저쪽에 앉았다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 뒤로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매일 밖에 앉아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매일 아침 문을 열며 ‘제비야’ ‘좋은하루’라고 말했다. 어쩌면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을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태풍 다나스가 온다기에 천막을 약간 접어야 했다. 앉아 있던 제비가 놀라 날아가면 어쩌다 싶었는데 빗속으로 날아갔다. 다시 안 오면 어쩌나, 그녀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 태풍 속에 제비들은 어디로 갈까, 그녀는 불안해졌고, 제비에 대해 인간적인 걱정을 하며 아침이 되었다. 하루 종일 이때나 저때나 기다려도 제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점점 비가 그치고 사위가 어두워지고 저녁이 되자, 밖에서 짹짹짹짹 소리가 들려왔다. 3마리의 제비가 안을 보고 앉아 있다. 용혜원 시인의 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처럼 그녀는 사랑에 목마른 날이었다. 제비들이 떠나면 잊혀 질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구름처럼 몰려와/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마음이 착하고 고운/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