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촌이 무슨 봉인가?
귀농을 하면 3천만원이 그냥 생기는 줄 알고 전화문의가 빗발쳤다는 소식이다. 농업경영을 희망하는 귀농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농촌정착을 유도하여 농촌인력의 노령화를 방지하고 인구배가운동에 한 몫을 하기 위한 귀농정착은 의외로 문의만 쇄도한 것 같다. 10명에게 6천만원(50% 보조)의 사업비 지출을 위한 예산이 있었음에도 9명밖에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자격미달자가 얼마나 많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강진군에서는 귀농인이 많을 경우 추경에서 15명분을 더 확보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연 진정한 귀농인으로서 정착에 성공할지는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러서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짓지”하는 안이한 마음과 생각으로는 100% 실패할 확률이 많다. 물론 농업을 해서 쉽게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농촌이라고 해서 도시에의 찌든 삶을 단박에 안온하고 편안한 삶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사일이란 솔직히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텃밭 좀 가꾸고 온돌방에 불 때며 주렁주렁 열린 감이나 따먹는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생각한다면 아예 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옳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의 흐름을 읽어갔을 때 다소의 결실이 얻을 수 있는 것이지 낭만 따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오뉴월 뙤약볕에서 쪼그리고 앉아 풀을 매거나, 땡볕에 타들어가는 작물에 바가지로 일일이 물을 주려는 심정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마다하지 않고 자연과 작물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농사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당장 3천만원을 거저 주는 줄 알고 적당히 빈집 하나 골라 도배하고 살아보겠다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게 농촌이다. 자연과 싸우는 것도 만만치 않는 일이지만 특히 지역민과의 친화력도 있어야 하는 것이고, 자기 자금 없이 덤벼들었다간 쉽게 물러서고야 마는 것이 농촌이다.
그러나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어서 살고자 하면 반드시 살리는 곳이 농촌이기도 하다. 낫질, 갈퀴질, 톱질, 삽질, 괭이질은 물론, 돌멩이 하나라도 서슴치 않고 들어다 옮기며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열심히 노역을 아끼지 않을 때 농촌은 또한 부까지 안겨주기도 한다. 도시에서 월급쟁이 못지않게 돈도 벌 수 있는 곳이 농촌인 것이다. 년간 억대 수입을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사는가를 보면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농촌은 봉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만만한 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귀농을 생각하고 거저 3천만원이 생기는 일이거니 하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것이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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