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청(중국 국학 최고 권위자, 의학자, 역학자)
마의 시기를 피하라
마의 숫자, 7과8
“73,84는 염라대왕도 싫어하는 숫자이다.”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73세, 맹자가 84세에 세상을 떠난 것을 두고 중국인들이 이 숫자들이 하늘이 내린 천수의 문턱이라고 여긴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이 두 연령대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히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한낱 속설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반복적으로 연구한 결과 사람의 생명이 주기적인 법칙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법칙이라는 것은 사람의 인생이 7,8년을 한 주기로 해서 순환 반복하며 각 주기에는 생명 활동의 고점과 저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생명 활동이 고점에 이르면 몸의 상태가 건강하고 안정되면서 면역력이 강해지므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적은 반면, 생명 활동의 사이클이 저점을 찍으면 건강 상태가 약해져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세상을 떠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7년을 한 주기로 하면 이 시기는 각각 7세, 14세, 21세, 28세… 84세이며, 8년을 한 주기로 하면 8세, 16세, 24세, 32세… 72세가 된다. 73세와 84세의 두 시기는 고희를 넘긴 나이여서 인체의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데다 생명주기의 지점에 가까워서 세상을 떠날 확률이 당연히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질병이 발병하고 악화되는 것은 특정 시간대와도 관계가 깊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력이 취약해지면 병마에 넘어지기 쉬운데 이것이 특정 시간대 관계가 많아 이를 가리켜 ‘마의 시간대’라고도 부른다. 『황제내경』은 바로 이 ‘마의 시간대’가 모두 7, 8이라는 숫자와 관계가 많다고 한다.
마의 시간대, 아침 6~9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면 최초의 ‘마의 시간’인 아침 6~9시를 보내게 되는데 이때는 심장병, 중풍,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에서부터 종양 등의 질환이 극성을 부리며 악화되는 시기이다. 예컨대 심장근육에 피가 부족하여 발작을 일으키는 증상도 아침 7~8시가 최고조에 이르며 심장 박동 이상도 아침 6~9시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가 4,769건의 심근경색 증상을 조사한 결과 그중 28퍼센트가 아침 6시에서 10시 사이에 발병함을 알게 되었다.
그밖에 또 다른 ‘마의 시간대’는 바로 저녁 이후로 이 시기에 심장병 발생 확률이 또 한 번 상승한다. 가령 저녁 7시경에 술을 먹었다면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하루 중 다른 어느 시간대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간에 술을 마시면 가장 빨리 취하고 간도 쉽게 상할 수 있다.
그래도 하루 중 우리 몸이 가장 위험해지는 시간대를 하나만 꼽으라면 동틀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사람이 동틀 무렵에 혈압과 체온이 낮아지므로 혈액순환이 느려져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고 근육이 이완되어 결혈성 뇌종풍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새벽에 사망하는 사람이 전체 사망자 수의 60펴센트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의 요일, 월요일
일주일 중 심장 뇌혈관 병자에게 가장 위험한 요일은 월요일이다. 월요일은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장 뇌혈관성 질병의 발병률과 사망 위험이 다른 요일에 비해서 40퍼센트나 높다. 핀란드의 한 전문가는 중풍 발병률이 가장 높은 요일은 월요일이며 일요일은 최저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의 날짜, 음력 15일
한 달 중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날짜는 음력 15일 무렵인데 이는 천문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 하늘의 달은 바닷물을 끌어당겨 조석간만의 차를 일으킬 만큼 흡인력이 강하다. 따라서 사람의 몸속의 혈액에도 충분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월 달이 가장 높게 뜰 때면 혈압이 돌연 낮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현관 내외에 압력의 차이가 생기면서 심혈관계에 돌발적인 사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의 계절, 여름과 겨울
1년 중 가장 위험한 기간은 가장 덥고, 가장 추운 몇 개월이다. 보통 섭씨 35도 이상을 넘기는 여름철 기온은 사람의 몸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가. 혹한이 지속되는 살인적인 추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파가 몰려올 때마다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래도 1년 중 가장 위험한 달을 꼽으라면 12월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에서는 12월 사망자 수가 연간 사망자 수의 10.4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분석한 결과 이는 12월에 나타나는 유독 추운 날씨와 적막한 환경, 연말에 느끼는 정신적인 긴장감, 정서적인 불안감, 면역력 저하, 원활하지 않은 신진대사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만성 질병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중국의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20여 명에 달하는 황제의 90퍼센트가 가장 더운 7,8월, 그리고 가장 추운 12, 1월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바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례이다.
인생의 가장 위험한 시기, 중년
일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는 중년이다. 생리적인 변화가 극심하게 일어나며 내분비계가 균형을 잃고 면역력이 떨어지는데다가 가정, 업무, 인간관계, 경제적인 면에서 얻게 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기 때문이다. 48, 49세는 대부분 갱년기를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73세와 84세는 생명주기의 저점으로 사망률이 비교적 높은 위험한 기간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마의 시기’를 이해했으니 생명주기가 저점을 찍을 때는 다른 어느 때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음식 섭취와 운동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좋은 생활 습관을 기르면 ‘마의 시기’를 충분히 순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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