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잘 나가던 사람들
밑바닥 인생을 살아 본 사람들
어느 한 신문 한 칼럼 속에 독일인의 장수 3대 비결을 첫째 좋은 아내, 둘째 훌륭한 주치의와 스승, 셋째 젊은이와의 대화였습니다. 좋은 아내는 섭생(攝生)(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조정함)을 보장하고, 훌륭한 스승과 주치의는 장래와 건강을 담보(擔保)하며, 젊은이와 대화는 자신의 삶에 생기(生氣)를 불어 넣어 준다는 것이지요.
필자가 알기로는 젊어서 돈을 많이 벌었거나 높은 자리에서 빨리 출세한 사람들 중에는 건강을 잃거나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음을 보았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과거 아주 잘 나가던 시절만의 기억을 간직하고, 그저 남들이 놀 때 돈 버는 일 외는 해 본 일이 없기에 노년에 돈 쓰는 방법을 모르고, 그저 오래 살겠다고 보신 보약만 챙기다보니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부자병인 중병이 많아서 오히려 빨리 세상을 뜨는 분들이 의외로 많음을 필자의 주위에서 봐 왔습니다. 가령, 어떤 모임 때나 어느 때 남들 앞에서 삶을 진지하게 나눠보는 시간이면 으레 들쳐 내는 말 대부분이 과거 자기가 잘 나가던 당시의 자랑과 거창한 추억을 늘어놓는 말들로 일색하면서 기억할 뿐,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나 남들의 사는 밑바닥 인생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분들이 많고, 이들 대부분이 정이란 손톱 끝만큼도 없는 냉혈동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젊어 고생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고생을 많이 해본 사람은 고생한 흔적을 잊지 못하고 밑바닥 인생을 거울삼아 단단히 다져져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와 반대로 부모의 덕으로나 일류대학을 졸업해 실패 없이 출세가도를 탄탄이 걸어온 젊은이는 자신감에 차 뭐든지 겁 없이 저지르다가 늪에 빠져 재기(再起)치 못하는 그런 경우의 젊은이들을 많이 봅니다.
한 예로 필자가 무역업 당시 겪어본 일본 사람들 대부분은 직장에서 퇴직 후, 자신의 과거 화려하던 시절은 100% 다 접어두고 현실적 삶을 사는 것을 필자는 많이 보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두 분만 예로 들면 한분은 1970년경 당시 일본 동경(日本 東京)에 “야마구찌구미(山口組)” (야쿠쟈 깡패조직)(회장 정건영 한국인)밑에 쓰무라 센무(쓰무라 專務)라는 분을 필자가 우연히 잘 알게 되었는데 어느 날 이분과 만나 일본 교외 어느 조용한 별장에서 점심을 잘 대접받고 나오는 자리에서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나이든 한분을 불러 저에게 소개하며 함께 관광지(아타미 온센(溫泉))(동경서 신간선 열차로 1시간 거리)까지 필자를 잘 모시라하여 이분의 승용차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도중 “쓰무라센무”와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니 그분의 개인비서라고 해서 왜? 하필 야쿠쟈 한국인 깡패회사 젊은 분 전무(專務)의 비서를 하느냐? 고 물으니 이 분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면서 과거 그 야마구찌구미 지역의 경찰서장을 했는데 정년퇴직 이후 그 분의 부름으로 모시게 된 것이 영광스러우며 노년에 직업에 무슨 귀천이 있는가? 라고 오히려 저에게 반문했습니다. 더구나 노년에 놀지 않고 일자리도 얻고, 돈도 많이 주는 분이라고 자랑까지 하더군요. 필자는 그 때 당시는 이분 말에 도저히 이해하기 곤란했으나 이제 나이가 많이 들고 세월이 가다보니 한국사회와 비교되어 이해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분은 배관계통에서 세계적인 대 메이커인 동경(東京) 제일고주파(第一高周波)회사(동경 쓰끼지 소재)에 이사(나가이 소장(長井 所長))로 재직당시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라서 몇 년 후 동경에 간 길에 전화로 안부연락을 했더니 퇴직했다며 오후 3시에 자기회사 지하식당에서 꼭 만나자해서 일부러 간적이 있는데 이 분이 하필이면 그 회사 구내식당에서 과거 부하직원들의 구두 닦는 직업이었습니다. 정말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분이 과거 자기회사 “지바현”에 배관공장을 견학시켜 주기로 해서 독큐센(急行列車)으로 함께 가는 길 초 포장마차 같은 작은 곳에 들어가 거기서 함께 서 서 우동 한 그릇씩을 같이 시켜 먹었던 아주 검소한 분으로 잊지 못하는 분이십니다.
그와 반대인 우리나라에서 만난 한분은 필자가 최근 영호남 문인작가모임에서 인사로 안 대구(大邱)분인데 자기소개를 거창(巨創)하게 하면서 과거 어느 지역 세무서장(稅務署長)을 하였고, 퇴직 후 지금은 별장 같은 집에서 시(詩)와 수필을 쓰는데 공직생활 때 좀 모아둔 돈으로 아내가 사별(死別) 이후 아파트 90평에 젊은 마누라를 새로 만나 산다고 자랑하며 대화 내용이 허파에 바람이 많이 든 가벼운 사람처럼 무게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 정신으로 철 밥통 공직생활을 어찌했을까? 걱정했는데 자기가 최근 좀 젊어지려고 주름살 수술을 했다나요. 젊은 여인에 빨려서인지 저보다 십여 살 아래인분인데 폭삭 늙어보였습니다.
이상의 세분을 비교해 보면서 일본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크게 다름을 느꼈습니다.
우리 인간은 젊어서 잘 나가던 사람보다는 나이 들어 무게 있게 존경받을 수 있는 처신(處身)과 행동을 하며 조용히 지내는 그런 사람이 진정 행복한 분이 아닐까 생각 해 봅니다.
필자는 비록 가진 게 없이 살지만 욕심 같은 것 다 비우고, 노후 향촌(鄕村)에 묻혀 여행과 바둑을 즐기며 독서와 집필 중에 가끔씩 모임 때 참여로 지낼 수 있는 여건의 행복이 값진 삶이라 느껴보는 노파심(老婆心)으로 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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