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할머니..... 누군가 했더니?

폐지모아 이웃돕는 양미인 할머니

“하나님을 통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이 기쁨”

봄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 지난 16일 한 낮, 강진읍 남성리 한 공터에서 각종 폐품을 분리 하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양미인(78)할머니, 들어보니 아들이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임형국 과장이다.

할머니는 남편이 55세에 돌아가신 후 강진읍에서 동백식품 가게를 7년가량 하시다가 그만 둔 후 교회에 다니면서 봉사를 마음먹었다.

“하나님 일인데, 하나님 일꾼으로 하나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양 할머니는 처음 교회에 나갈 때는 새벽기도 오가는 길에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폐지 줍기가 어느새 10여년, 양 할머니의 폐지 줍기는 이제 하루 일과가 되어있다.

그러니까 폐품 줍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주워서 날라놓은 폐품들을 밤에는 분리수거를 하는데,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 12시가 되어서야 저녁을 먹기가 일쑤다.

꽤 넓은 공터에는 그동안 할머니가 주워서 모아놓은 각종 폐지와 폐품이 가득하다. 할머니는 그 폐품들을 종류대로 분리하고 계셨는데, 분리 작업을 해놓아야 가져가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박스분량을 일일이 체크하여 2,500kg이 됐을 때 연락을 하지만, 항상 kg을 넘치게 해놓는다.

“내가 몇 킬로그램이라 하면 내 양심을 알기 때문에 그냥 가져가요. 모냐는 300kg이나 더 있습디다 하대요”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몇 킬로그램이라도 더 나가게 묶어져야, 가져가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까 싶기에 “그럼 다행이요”라는 말이 자신에게서 나와야 시원하다.

이렇게 폐품을 판매한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오면, 50만원씩이나 100만원씩 목돈이 될 때, 교회 이웃돕기 금액으로 낸다. 양 할머니의 폐품 줍기는 오로지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아들에게 핀잔도 여러 번 들었다. 공무원인 아들로서는 어머니가 폐품을 주우러 다니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해의 눈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늘 미안했지만, 그만 둘 수 없었다는 양 할머니다.

“너희들한테 할 말 없고 미안하다. 그러나 하나님께 영광된 일이기에 내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이 안 들고 자식들에게도 하나님이 좋게 해줄 것이다”고 굳게 믿었다고 말한다.

여름에는 더워서 힘들고, 겨울에서 추위에 손이 깨질 정도로 시리다. 큰 사고가 날 뻔도 했다. 폐지 줍기를 말리는 아들에게 말 못한 사연이 있었다. 폐휴지를 담은 손수레를 끌고 걸어가는 중에 택시가 손수레를 받아서 손수레가 부서진 일이다. 다행히 할머니는 다치지는 않았고, 택시기사가 손수레를 사주었다.

양 할머니는 폐휴지를 주워서 하나님에게 드린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그래서 건강도 찾았다. 몸무게는 78kg에서 55kg으로 줄었고, 있었던 당뇨와 혈압도 좋아졌다.

이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의 하나는 양 할머니의 종교체험이 크다. 식품가게를 하던 어느 날 새벽, 머리가 아파서 깨어보니 새벽 2시경이었다. 그런데 가게 쪽에서 툭툭 소리가 나기에 나가보니 기둥에 있는 콘센트에 불이 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스위치를 내려도 꺼지지 않아 물을 부었더니 그 부분만 까맣게 녹고 불이 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일은 머리가 자주 아파 약을 한 상자씩 사다놓고 먹었는데, 교인들이 40일간 방문하여 기도하던 마지막 날 이후부터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다. 당일 점심대접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뒷머리가 많이 아프더니 예배를 드린 후 씻은 듯 없어진 것이다.

이처럼 죽음의 문턱을 느꼈던 두 번의 경험에서 양 할머니는 하나님을 더욱 믿게 되었고, 폐지를 주워서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을 통해 이웃돕기에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그래서 양 할머니는 “자식들이 말리고 창피한 일이지만 내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살고 있으니, 건강한 때까지는 폐지를 주워서 다른 사람을 돕고 살아야지요”라고 말하며, 기자에게 절대 사진 찍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