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百家를 찾아서 (3)

월출산 자락에 깊숙이 파묻힌 곳

작천면 갈동리 퇴동 노전 묵창선(69) 화백 2층 화실 <화리당>

36m 대작 3점을 그리기 위해 작천면 복지강당에서 작업할 예정

작천면 퇴동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노전 묵창선 화백의 화실은 꼭꼭 숨어 있는 형국이지만 그래서 아늑하고 따뜻하고 그윽하다. 주변이 잡목숲과 시누대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빨간 벽돌로 지은 2층집은 1층이 40평으로 거실과 응접실 등 생활공간이고, 2층 역시 40평으로 화실이다. 이북 황해도 연백 출신인 묵 화백은 서울에서 미술활동을 하다가 부인 조은심(65)씨의 권유로 부인 친정인 작천에 둥지를 틀었다. 강진이 애향의 고장이기도 하고 동양화 하는 사람으로서 분위기가 좋아 내려왔다.

노전 화백의 집은 뭐니뭐니해도 약수터가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산골마을이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오지에 가까운 분위기(실은 교통이 편리하다)의 집에 약수터 하나는 있어야 그 맛으로 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도시인들이 볼 때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잡목숲에 들앉아 있는 집이어서 새벽이면 폐부를 찌르는 듯한 맑은 공기와 계절 따라 갖가지 새가 날아와 우짖는다. “더운 여름에는 칡꽃 등의 향기가 진동하지요. 모기가 좀 있는 것 말고는 신선놀음하는 듯한 환경이지요.” 조은심 여사의 말이다.

98년에 도로가 좁아 경운기로 자재를 나르는 등 조 여사 혼자서 집을 지은 후 노전 화백은 6년 전에 내려왔다. 정원수를 심고, 분재를 가꾸고 오만가지 수석과 크고 작은 확과 돌을 구해와 정원을 꾸민 노전 화백의 집은 누가 보아도 예술가의 집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얼음나무, 자두, 복숭아, 감 등도 심어 풍요롭게 느껴지는 그 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름 밤 하루를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집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에도 노전 화백은 36m 대작을 작천 면 복지강당에서 그리기 위해 그 준비에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