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마음
법흥
강진 땅 풍동마을 남미륵사
수많은 인연들을 맺어 어여쁜
연꽃으로 피웠나니 한평생
인간의 염원으로 부처님의
세계를 구현한 까닭을 우리의
빈 마음으로 어찌 알까요?
오직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
이른 새벽부터 캄캄한 밤까지
5백의 나한상이며
한 그루 한 그루 수십 수백 만
그루의 숲을 이룬 철쭉과 해당화
꽃길이며 연꽃 방죽까지도
모두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었음을
누가 알까요?
짧지 않은 인고의 시간들을
스님도 사람인지라
외롭고 켜켜이 쌓인
그 세월의 무게를 빈 마음으로
어찌 알까요?
그래서일까요
언제 어디서든지 눈을 떠도
눈감아도 밀려오는 외로움
설움이 일 때마다
빈 마음을 쓸어 담으면
남미륵사 꽃길 위에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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