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문 아침>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어머니가 없는 빈방은 차가운 방, 머리 부분에 있는 감각기관인 촉각을 서게 한다. 빛이라는 것은 음지와 양지 즉 음과 양을 나타낸다. 양이 사라지고 음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음지는 차갑고 딱딱하다. 밥이 식은 찬 느낌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화자의 내면적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는 열무를 이고 시장에 내다 팔러 가셨지만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화자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져 있지만 어머니가 돌아오시는 골목길을 향해 귀를 모조리 열어 놓았다. 애타게 어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화자가 마음에 지니게 된 이 슬픈 그림을 시인은 성장한 후에 다시 가슴속 기억의 서랍에서 꺼낸다.
그리고 그 그림을 윗목이라고 표현한다. 온기가 닿지 않는, 아궁이로부터 먼 쪽의 방바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면 참으로 오랜 근원을 가진 것. 그 하나가 '근심'이 아닐까 생각해 보고 어머니를 바라보는 마음이 있다.
시인․정관웅(전남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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