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순정/김 재 완
살을 에는 칼바람에 지친 긴 울음
울먹거리는 몸뚱이 서로 엉켜
사그락 사그락 안간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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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품어줬던 짧지 않은 시간
갈대 잎 흘려 눈물 훔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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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는 몇 번을 돌고도 아쉬워하며
마음 더 깨질까 조심스레 먼 동토 하늘로
날갯짓 추억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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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 달도 별도 한없이 쓰다듬고
연한 갈색 보금자리는 장터 굿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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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 세상 속 왁자지껄 날아가고 날아들고
허허롭던 마음 갈대꽃 웃음으로 번진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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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린 기억 없이 이것저것 안아 준 그 자리
긴 세월을 등에 매달고 흔들리고 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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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지난봄의 시리디 시린 이별
포근하게 감싸주는 펄 위로받으며
벌써부터 북쪽하늘에 새긴 눈빛이 깊고
늦은 밤 이른 새벽 눈을 감고 눈을 떠도
철새들 기다리는 가을로 달려가
갈대는 지금 순정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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