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소 한 마리의 울음이 살고 있다
여물 먹듯 허공을 뜯어먹고 북 안에 들어간 소
울음을 바짝 당겨놓은 조임줄이
뛰쳐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이랴. 이랴.
똥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엉덩이를
제 꼬리로 한 번 치고는
울음을 다시 꺼내어 씹는 소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송아지가 죽어
가마솥에 삶아내서 먹을 때
코뚜레 너머 커다란 눈을 껌뻑거리던
소의 연약한 뿔이 빛났지
쇠잔등에 흘러내리는 달빛
가끔은 달빛도 굵은 눈물 뚝뚝 흘리는 것이다
콧김을 훅훅거리는 밤바람도 뿔이 돋아나는
이런 밤이면
수만 년 전 캄캄한 동굴 속에서 짐승처럼 웅크려 울던
한 사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자욱한 먼지 날리며
낡은 트럭 한 대가 지나간다
소 울음을 실은 채 덜컹거리며
남겨진 세상을 향해 고개 내미는 소
울음을 가둔 가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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