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출신 박재견 님 시집 ⌜호랑이가시나무⌟ 발간

강진출신 박재견님이 ‘호랑가시나무’ 시집을 상재했다. 박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체육선생이 시집을 낸다니 비웃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문순태 선생님의 생오지 문학밭에서 공부하면서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오덕렬 선생님께 아름다운 씨앗을 받아 마음 밭에 심었다. 여든의 나이에도 문학의 열정은 뜨거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싶었다. 강대선 선생님과 함께 시를 공부하면서 열매를 맺을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남광주역 기차는

상행선 평양, 하행선 파리

폐선 위 잡초가 이정표 옆에 자라 있다

보따리 들고 내리는 아짐도 없고

짐 받아 짊어질 아재도 없고

안장 찬 역장이 없어도

기차는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다

아침이면 열리는 난가게

철교 위, 보도교 사람들

고가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

잡소리, 기적소리.

안 들려도

기차는

오늘도 내일도 달려가고 싶다

가지 잘려 몸이 커진 채

외롭게 서 있는 히말라야시다

소리쳐 외쳐도 대답이 없다

땡그렁, 차단기가 올려지면

칙칙폭폭, 기차는

저 너머로 힘차게 달려가고 싶다

-⌜기차는 달리고 싶다⌟ 전문

시인이 바라본 남광주역은 폐역이다. 폐역이지만 사라진 것들에 대한 연민의 눈으로 보고 있다.

아침부터

삼천 원 주라고 떼를 쓴다

장마 통에 이틀 만에 만나니

이천 원 인상이다

주위 사람들

천 원만 주리고 눈을 깜박인다

목사 아저씨가 만 원 짜리 한 장 주고 갔단다

몇 달 만에 만 원 받고

고개를 땅에 덥석 숙였더란다

이천 원을 주니

천 원이 부족하단다

나는 허허 웃으며 천 원을 더 준다

겨울을 나야 할 텐데

벌써 바람이 차다

-⌜노숙자 언니1⌟ 전문

시인의 마음은 따뜻하다. 시인은 ‘겨울을 나야 할 텐데’하며 노숙자 언니의 겨울나기를 걱정에 삼천 원을 건넨다. 비록 노숙자이지만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고 금액도 천원이 아니라 삼천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노숙자의 요구도 요구지만 시인은 이런 노숙자를 통해 국가나 사회의 책임을 메시지로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시집은 총 62편의 시가 4부로 나누어 실려 있다. 시인은 강진 출생으로 조선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광주 체육고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생오지 문예창작대학(수필)을 졸업했고 수필 ‘봄날’ 회장이다. 생오자 시 창작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