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의 무거움
-남미륵사 법흥
재(齋)를 끝내고
바람조차도 아직은 땀을 불러오는
여름 밤, 불전함 열어
지폐를 센다.
새것은 아닐지언정
공들여 시주했을 것이 분명한
가지런한 촉감이 편안하게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읊어지는
-나무아미타불
그들의 평온했을 생활이
너무 고마워
부처님 한번 바라보고
다시 불전함의
정성을 세는 밤
문득 힘겨운 그네들의 삶만큼이나
지쳐 보이는
천 원짜리 지폐
손때 익을대로 익어 끈적이는
시줏돈의 간절함을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밤하늘로 눈길 돌리고 만다
-나무아미타불
천 원짜리가 들려주는 가슴 시린
저 깊은 정성이
두려워
머리 숙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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