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심상(心想)
김남현
이 가을날 내 안의 심상(心想)에 잠겨
나는 무엇이 숨을 쉬고 있을까
청량한 청잣빛 하늘 꿈을 꾸려하는 걸까.
내 자신이 자신을 향해 묻는다.
추절(秋節)에 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만추의 향기로 시를 쓰면서
내 마음은 이미 떠난 그리운 사람을
왜 파도의 외침처럼 그리워하는 걸까?
지난날 젊음은 세상의 빛이었고
청춘은 희망이었고 시간은 재산이었지만
나는 지금 외면의 굴레를 벗고
낙엽 지는 가을날 시가(詩歌)나 읊조리네.
지난날엔 거센 풍파와 싸우다가
어느새 변해버린 나의 육신과 정신은
힘겹지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이의
생명들도 부지기 수(數) 있을 것이거늘
세상 속에 백발(白髮)의 몸이 되어
더딜지라도 새로운 푸름을 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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