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 팔경 ]
- 김현태
잔물결 은반위에 높은 꿈 가득 채워
후학들 모여 앉아 써 내린 일필휘지
뜻 깊은 만귀정자에 흥건하게 젖는다
금당산 솟아올라 포근히 품어주며
주름진 산모롱이 호롱불 치켜 들고
수많은 세월 보듬어 풍암 땅을 지킨다
둘레길 피어 나는 어여쁜 꽃송이들
솔낭구 우듬지에 푸르름 펄쳐 놓고
풍암호 찾아든 백로 한가로이 노닌다
들녘은 만삭으로 황금빛 풀어 헤쳐
갈햇살 누운 자리 풍년을 노래하며
노을빛 서창 들녘을 물들이며 펄친다
고인돌 옹기 종기 옛얘기 묻어두고
차오른 몸부림에 영글은 역사 담아
용두동 지석묘 누워 고고하게 빛난다
앞치마 동여맨 채 먹거리 버무르며
정 넘친 양동 시장 넉넉함 넘쳐나니
애틋함 남겨 둔 발길 그리움밭 넘친다
큰 바위 찬란하게 고요를 밟고 올라
암벽에 원효 불심 소롯이 새겨 놓고
운천사 마애여래상 탐닉하여 전한다
휘두른 총칼 앞에 청준을 불사르며
일어나 울부짓는 절절한 민주항쟁
오일팔 공원 마당에 뚜렸하게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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