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연가
법흥 (재)남미륵사 주지
눈이 작다고 비웃지 마라
걸음이 느리다고 탓하지 마라
오늘의 먹잇감을 찾기에도 하루해가 모자란데
새벽길,
갈 길 바쁜
앞길 가로막고 수군대는 사람들이여.
광활한 하늘을 담으려
허공으로 치솟은 두 갈래 뿔끝에 달린
영롱한 눈을 보았는가?
저 사는 땅 흙냄새 잃지 않으려
대지를 움켜진 채
갈 길을 줄이는 온몸의 절규를 보았는가?
저 작은 눈으로도
저 답답한 걸음으로도
능히 세상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고
세상의 도리를 행하는
생명이여.
네가 부럽구나.
귀가 없는 네가 부럽구나.
시기 질투가 난무하는 세상
듣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말에서 자유로운
너는 이미 세상을 보기 전부터
세상을 걷기 전부터
성자(聖者)였나 보다.
언제나 유유자적
그렇게 길을
건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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