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청자장의 장녀이자 청자를 빚는 이래향 시인이 ⌜어떤 뿌리는 허공에 길을 낸다⌟ 첫 시집을 냈다. 첫 시집을 낸 이래향 시인은 “먼 길을 걸어왔고 또 먼 길을 걸어갈 것이다”며 “길에서 만난 아직은 비릿한 것들을 가만히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대흠 시인은 ‘봄이 된 겨울의 시와 낯선 봄’이란 해설을 통해 “이래향의 시는 기교가 거의 없고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과장된 표현도 없다”며 “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 무엇을 노래하더라도 동요가 없으므로 마치 도로교통법을 한 번도 어기지 않는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와 같다”고 평했다.
진흙탕에 / 깊은 햇살이 스며듭니다 / 뼈대만 남은 연밥은 /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처럼.// 긴 목을 한쪽으로 기울이며 / 늙어갑니다 // 씨앗 빠져나간 연밥 / 살던 자리에 // 가을 하늘도 숨어 쉬다 갑니다 ⌜가을⌟ 전문
이대흠 시인은 이러한 이래향의 시를 가을이나 겨울 같고, 가을 중에서도 단풍이 드는 가을이 아니라, 모든 잎이 진 앙상한 가을이며 겨울이라면 군고구마 하나 없고 아궁 이불이 없는 겨울이다고 평했다. 그래서 스산하고 들뜸이 없으며 어떤 따뜻함이 없이 차갑고 마른 나뭇가지 같은데 그렇게 비쩍 말라있는 늦가을의 풍경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얼어있는 죽음에게도 숨결로 위무하고 묶였던 과거와도 이제 이별하며, 흔들려야 봄이 오기 때문에 ‘속빈 삐비 껍질처럼 가늘게 오므라들지 말고 사라질지언정 속이 달큼한 삐비 속이 되어서 봄 언덕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겨울나무가 가장 많은 꿈을 꾸므로 오랫동안 겨울이었으니 이제는 그의 시가 봄을 맞아 발랄해졌으면 좋겠다는 평을 냈다.
이제 시인으로서의 첫걸음마를 뗀 이래향 시인의 먼 길에 있어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한 개 도끼가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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