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향교 은행나무 위상
김남현
유구한 향교 대성전 우편에
구름보다 바람보다 높이
하늘을 우러러 현자(賢者)처럼 서 있는
오백년 내공이 깃든 은행나무
그 위상이 그윽하고 당당하다.
여름 삼복 뜨거운 열기 속에
골똘한 사념(思念)에 잠겨다가도
바람이 불면 세태에 쓸리어 넘어지는
삼강오륜 정신 붙들어 세우려는
목소리가 유별나게 크나니
은행나무 고결한 빛과 행(行)은
강진의 신비적 미학이요
삶의 예지(叡智)요 신앙의 마음이거니
풍물과 격과 문화가 낳은 산물인 듯싶구나.
홀로 부는 바람 사이로
영고성쇠 시간의 향기를 내뿜는
꽃 없는 진초록나무가
비바람 속에서도 의연히 크듯
우리도 세상 속에 그렇게 살 일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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