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서 태어나 구강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서 읽고 쓰며 살고 있는 강현옥 동화작가가 ⌜백살 사탕 할머니⌟란 첫 동화책을 냈다. <문학춘추문학상>에 이어 <아동문예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강현옥 동화작가는, 오랜 습작의 세월을 보내 역량을 키웠다. 미 발표작이 무려 장편 3편, 단편 10여 편이 있다.
총 일곱 편이 실린 이 책의 동화는 주제가 각각이다. ⌜미안해⌟는 선생님의 무심한 말과 행동 하나가 학생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돌아보는 내용이다. ⌜백살 사탕 할머니⌟는 교육이란 이름으로 혹사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병주야, 고마워⌟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생각해 보는 내용이고, ⌜상자 마법사⌟는 표리부동한 어른의 두 마음, 이중성을 고발한 동화이다. ⌜어미 고양이 두리⌟는 동물 유기와 노인 문제를 다루었고, ⌜웃고 있는 뽀빠이⌟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향토색이 짙은 작품으로 폭력과 인권, 삶과 죽음을 다루었다. ⌜H1723⌟은 수명 연장의 시대, 고령화 시대의 문제점을 되짚어 본 내용이다.
윤삼현 동화작가이자 문학평론가는 “강현옥 작가의 동화는 구수하고 재미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삶의 고민과 문제점을 깔아놓는다”며 “이 동화집에 담긴 해학적 언어 속에는 깊이 들여다보면 삶의 생채기나 아픔이 흔적이 자리 잡고 있고, 이런 복합적 정서를 발견하며 공감하며 읽는 것도 이 동화집을 읽는 흐뭇한 보람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동문예> 발간 값은 11.000원이다. <송하훈 기자>
작가의 말
나는 어려서 몸이 약했어요. 형제 중 유독 말수도 없었고요. 언제나 명랑하고 야무진 언니가 부러웠답니다. 하지만 말이 없는 대신 관찰하기를 좋아했어요. 자연과 생물에 유독 관심이 많았죠. 소와 쥐의 눈동자가 얼마나 예쁜지 아시나요? 신작로길 끝에서 피어난 아지랑이는 또 얼마나 신비하고요? 봄이면 산으로 들로 쏘다녔어요. 겨울이면 꽁꽁 언 골목길을 누비며 다녔답니다. 귀와 코가 얼도록 말이에요.
발뒤꿈치에서 부서지는 검은 흙덩이, 그 보드랍고 뭉클한 감촉이 생각나요. 할머니의 불룩한 호주머니도 잊을 수가 없고요. 퀴퀴한 냄새가 할머니의 마음과 한데 섞여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찐 밥, 눈깔사탕 말린 오징어, 떡, 껌 등이 쉴 새 없이 나왔어요. 나는 사랑의 호주머니를 먹고 무럭무럭 자랐어요.
제게 동화의 마중물이 되어준 것이 또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변소랍니다. 그 시절, 수세식이 아닌 재래식 화장실을 변소라고도 불렀어요. 아버지께서는 화장지를 대신할 잡다한 종이를 잘라놓으셨어요. 나는 냄새나는 변소도서관에서 잘려진 신문, 소설, 잡지를 읽어댔답니다. 다리가 저릿저릿 하도록 말이에요. 이야기의 맛을 알아버린 거지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유년의 샘물에서 동심을 긷고 있어요. 참 고맙고 따뜻한 선물이에요. 앞으로도 쭉, 재미있는 이야기를 짓고 싶어요. 자연에 코를 박고, 동물과 소통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첫 창작집을 내는데 온 마음을 다해 도와주신 분이 계세요. 김옥애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 등을 토닥이며 동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붙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윤삼현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 손을 붙잡고 오랜 시간 밀어주시고 끌어주셨습니다. 좋은 글쓰기로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묵묵히 응원해주신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정오글방 어린이여러분, 나랑 매일 놀아줘서 고마워요.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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