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진에 사는 외지인들의 하소연
강진에 사는 외지인들은 한결같이 강진에서 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갈등과 고통이 현지인들과 비롯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현지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나 유독 그들이 하는 하소연의 속내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냥 넘어갈 일도 이해하거나 덮어지지 않고, 오히려 악성 루머에 시달린 나머지 정작 강진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끊임없이 느낀다는 것이 그들의 하소연이다.
그런데 반드시 외지인뿐 아니라 고향을 떠나 다시 돌아온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고향을 항상 따뜻한 어머니의 품 속 같은 환상에 젖어 귀향하지만 전혀 다르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그 또한 한마디로 인간관계 때문이다. 한쪽은 전혀 다른 생소한 인물인데 한쪽은 고향이라는 분위기에 젖어 있다가 급변한 상황 속에서 무척 당황하거나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고향은 고향이로되 새롭게 인간관계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깨달을 때에는 상처와 함께 이미 고향에 대한 환상에서 절로 깨어나기 마련이다.
이렇듯 강진은 외지인이나 귀향인들이 강진에 정착하려고 했을 때 많은 갈등을 겪게 됨으로 말미암아, 특히 외지인들의 하소연 역시 예나 제나 변함없이 생겨나고 있지 않는가 싶다. 따뜻한 남쪽의 그리움을 안고 달려왔을 외지인들의 하소연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평생 강진을 한 번도 떠나보지 않은 사람들끼리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그 틈새를 쉽게 뚫지 못하고 더욱 삶의 신산함을 겪는 것일까. 귀향인도 마찬가지다. 코흘리개적의 생각을 가지고 고향에 왔지만 산천은 그대로이나 인심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혼란과 마음고생을 느끼는 것 같다. 결국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 강진은 완강한 족쇄를 채우고 가슴 벌여 맞이하는 포용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외지인이나 귀향인의 한낱 넋두리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선뜻 답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성 싶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어져 있는 과거 60년대 전의 고루한 사고방식이 아직도 현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외지인이나 귀향인 누구를 막론하고 강진에서 살고자 하고, 강진을 사랑하며, 강진발전을 위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1차적 인간관계를 설정하는 혈,지,학의 연을 뛰어넘어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물론 활달함과 함께 삶을 꾸려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 그 꿈의 기록에 도전 한다> 혹은 <날씨보다 더 가슴이 따뜻한 강진>의 구호를 앞세우기에 앞서 우리는 외지인이나 귀향인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더 급선무이다. 외지인들의 하소연이 작아질수록 강진은 자연 살기 좋은 고을로 알려지기 않겠는가. 그러므로 그 같은 구호보다는 스스로 강진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는 구호, 함께 그들과 동참하자는 구호, 아울러 그런 구호와 함께 가슴 따뜻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의 장이 더 요구된다고 봐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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