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추락
김남현
멀리서 소리 없이 달려온 가을이
풀벌레 눈망울 속에서 등불을 켠다.
하늘도 물도 산도 모두 가을빛이라
천지는 깨끗하고 고움으로 충만해
넓고 높아 눈이 부신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 유유하고
만물을 정관하니 자득한 사물마다
아름답지 않는 것 없어 그윽하다.
마음이 한가하니 일마다 여유로워
오르고 싶은 산 많고
건너고 싶은 강 많아
잡히는 일이 없을 땐 홀연히 떠나
자연의 고운 흥취에 흥건히 젖어본다.
지나가는 시월의 바람에도
실과는 무게 못 이겨 떨어지고
잎 새는 가슴 아파 눈물 글썽이지만
천지 사방에
국화 코스모스 가을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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