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림과에서 두번 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작년 여름은 초당림에서 보냈지만 올 여름은 강진의 랜드마크인 보은산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다. 보은산 V-랜드의 물놀이장이야 말로 강진 최고의 피서지임이 분명하지만 보은산이 좋은 이유가 몇가지 더 있다.
하나는 올봄 파종한 해바라기를 보는 일이다. 그 옛날 물의 님프인 크리티는 태양신 아폴로를 사랑했는데 아폴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사랑해주길 바랬던 크리티는 아폴로만을 바라보며 땅에 앉아 울기만 했는데 한참이 지나자 그녀의 발이 땅에 붙어버리고 얼굴은 하나의 꽃이 되었다. 그 꽃이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라고 한다. 하지만, 탄생설화와는 다르게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우리는 슬프다는 감정보단 아름답고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그도 그럴것이 해바라기 밭을 찾아 준 모든 사람들이 느끼듯 해바라기 밭에 들어가면 샛노란 꽃잎으로 눈이 부시다. 2ha가 넘는 부지에 아기 병아리들 마냥 조밀조밀 서있는 노란 꽃이야 말로 여름의 활력을 보여준다. 해바라기 밭 탐방로 사이사이 서 있는 능수버들 또한 해바라기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할아버지 수염마냥 쳐져있는 능수버들 가지들은 할아버지가 손자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모양처럼 해바라기 밭과 일맥상통한다.
다음은 이미 기사에도 몇 번이나 나고 강진 기증문화의 선발인 수국에 있다. 지금 보은산 곳곳에 수국이 만개해 있다. V-랜드를 거쳐 고성사 올라가는 길에도 보은산 등산로 여기저기에도 수국이 없는 곳이 없다. 물을 좋아해 수(水)국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이 변한다고 한다. 천가지의 얼굴을 가진 꽃이 아닐 수가 없다. 몇 달 전 지인의 결혼식장을 찾았는데 신부가 수국으로 만든 부케를 들고 있었다. 그간 여러 부케들을 봐왔지만 수국으로 만든 부케는 처음 보았었다. 장미같이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여러 꽃잎들이 어울려진 한 송이 한송이 수국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것을 보고는 보은산 수국길이 단번에 생각났다. 한송이 한송이 모여 수만주의 수국들이 만들어 낸 보은산의 아름다움이 신부의 부케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와 수국 뿐아니라 보은산에는 연이라는 또하나의 아름다움이 있다. 군에서 연꽃단지를 조성한다는 말에 너무나도 감사하게 무상으로 토지를 대여해준 분들에게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연꽃단지는 지금이 철이다.
마지막으로 보은산이 좋은 이유는 보은산이 강진의 중심에서 군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V-랜드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주말이면 많은 군민들이 보은산을 찾아온다. 월출산 같이 높지 않은 산이기에 다들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며 그간의 노곤함을 풀어버린다. 산행을 시작하는 군민들의 표정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하행을 하는 군민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만족의 표정을 엿볼 수 있다. 보은산이 주는 포근함과 아름다움이 등산객들에게 힐링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V-랜드 물놀이장 근무를 위해 매일같이 보은산을 오른다. 보은산을 오르내리면서 산이 주는 기쁨에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낸다.
청자축제 기간이다. 축제에 오신 군민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보은산에 들려 물놀이도 즐기고 보은산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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