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맨먼저 가지는 의문은 이것일 것이다. 왜 선수들은 넓은 도로를 놔두고 위험하게 서로 바퀴가 맞닿고 어깨가 스칠 정도로 위험을 무릅쓰고 모여서 다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공기의 저항 때문이다. 자전거나 혹은 차가 달릴 때, 공기의 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속도를 조금씩만 더 올려도 선수들은 막대한 공기의 저항과 싸워야 한다. 선수들의 힘의 90%이상은 공기의 저항을 이기는데 사용된다.
이러한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방법은 앞사람이 갈라놓은 공기의 길을 타고 달리는 것이다.
사이클은 앞에 가는 자전거와 바퀴 하나의 정도의 거리를 놓고 따라갈 경우 평균적으로 30%가량 힘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싸이클 선수들은 앞사람이 갈라놓은 공기의 길을 타기 위해 바짝 붙어서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앞에서 달리는 사람은 공기의 저항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홀로 막아서는 셈이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앞으로는 아무도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이클선수들간엔 암묵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 내가 나가서 몇 분간 끌면 다음엔 뒤에 있던 사람이 나와서 끌고 끌었던 사람은 가장 뒤로 가서 쉰다. 그리고 이러한 교대가 계속해서 반복되어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래와 협력 속에 사이클선수들은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의 힘으로 거대한 공기의 저항이란 벽을 가르고 평균속도 40km/h라는, 자동차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와 협력하여 길을 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옆 사람이 과연 신의를 지켜줄지, 경쟁자에게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은 아닐지, 옆 사람의 실수에 나까지 휘말려 넘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그리고 간혹 서로에게 공기의 길을 빌려주는 협동을 포기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독불장군처럼 나아가는 사람도 적잖게 볼 수 있고 간혹 나 자신도 그런 선택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 난 사이클선수들을 생각한다. 서로를 두려워하는 만큼 상대방이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고 경쟁자라고 배척하기보단 서로에게 공정하게 협력한다. 서로를 두려워하는 만큼 상대방이 실수하지 않는 실력 좋은 사이클선수라는 것을 믿는다. 그것이 사이클을‘신사의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협동의 미학이다. 당신의 옆에 있는 동료를 믿어보자. 언젠가는 경쟁자란 이름으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그들을, 그들의 실수에 내 인생도 꼬이게 할 수도 있는 그들을.
동료가 먼저 나서서 힘든 일을 처리했다면 다음엔 내가 나서서 힘든 일을 처리하자. 이렇게 비록 약속되지 않은 암묵적인 거래라도 그것을 반드시 지켜줘야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앞에 나서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신뢰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 집단은 달릴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우리는 집단의 힘으로 인생이라는 거대한 벽을 가르며 우리가 바라는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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