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으로 젊은이들 도전해 볼만한 식품
샌님골은 수렁논 많았던 강진읍 교촌리의 옛지명
“미나리 조깐 더 줄 수 없을까라우?”
미나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구탕이나 매운탕을 먹을 때 정량보다도 더 달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탕 그릇에서 데친 미나리를 먼저 먹고 나서야 비로소 탕 속에 든 건더기를 먹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고, 미나리가 빠진 경우 된장찌개에 두부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다.
강진에서 미나리를 생산하는 곳은 샌님골이다. 샌님골은 교촌리의 옛 지명이다. 그곳의 지형은 수맥이 모여든 곳이어서 수렁논이 많아 미나리를 심어 가꾸었는데, 20여 년 전까지는 마을의 80%가 미나리를 심고 가꾸었다. 그럴 때는 물이 흐르는 작업장 이쪽과 저쪽에서 여자든 남자든 조금 젊든 조금 나이가 많든 상관없이 20명이 한데 모여 미나리를 다듬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서너 집만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때는 수가 너무 많은께 작업장이 복잡했제만 재밌었지라. 술도 받아서 먹기도 하고 간식도 묵어감시로 일을 했는디 한 마을 사람들이라 다툴 일도 없고 재밌게들 했지라. 그란디 시방은 이사 가고 늙고 돌아가시고 해서 네 집 밖에 안 하요”
샌님골로 21살 때 도암 용산에서 시집을 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조천혜(76) 할머니는 시집와서는 미나리가 돈 되는 줄은 알았지만 상품으로 팔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조금씩 머리에 이고 가 시장에 팔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리어카에 싣고 가 팔았는데, 그 돈으로 5남매를 키웠고 유학시켰다. 조금씩 논도 늘려갔다. 그러다보니 마을부자가 될 수 있었다.
조 할머니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와 함께 미나리 농사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어디를 가나 미나리를 서로 달라는 것에 재미를 붙여 허구 헌 날 미나리 농사에 열중했는데, 일하다가도 놀러가는 일만 생기면 미나리를 내팽개치고 다녔다. 그래서 중국 네 번, 일본 한 번, 미국 두 번을 다녀왔다. 미국을 갔을 때에는 한 번은 한 달 이틀만에 왔고, 또 한 번은 한 달 열 이틀만에 왔다. 한 번 갈 때 경비가 1.600만원 정도 들었다. 미나리일을 열심히 한 대신 여행도 많이 다닌 셈이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오토바이 뒤에 리어카를 달고 미나리를 시장으로 날랐다. 어쩔 때는 리어카를 3대씩 달고 다녔다. 병원 한 번 약 한 봉지 먹지 않을 만큼 건강했으나 3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조 할머니는 홀로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는데, 하루에 3자루(약10kg)씩을 내다 팔고 있다. 손수 전동차로 운반하는 조 할머니는 한 자루에 3만원씩을 받는다. 그러니까 하루에 9만원을 버는 셈이다.
“젊은 사람들이 없어라우. 이것도 잘만 하면 할만한 사업인디······.”
많이씩 할 때는 하루에 5~6개 자루씩 내다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7~8군데의 상점에 배달했다. 1자루씩만 팔아도 매일 반복되는 사업이므로 1일 90,000만원이면 한 달에 적어도 2,700,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고, 1년이면 30,000,000원이 넘는다. 또한 상품으로 만들어 팔수도 있으므로 기업으로의 꿈도 꿀 수 있다.
양광식 문사고전연구소장은 “미나리는 농사나 가축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고소득이다. 게다가 우렁과 미꾸라지도 키울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며 “미나리는 물을 정화시키고 공기를 정화시키기 때문에 좋은 식품이다”고 적극 미나리 재배를 권했다. 양 소장은 “미나리는 통이 가늘어야 상품질이 좋고 맛도 좋다”며 “상인협회나 젊은이들이 힘을 모아 재배를 많이 해도 미나리는 없어서 못 파는 식품이다”고 덧붙였다.
교촌리는 물이 많은 마을이다. 지금은 모든 집이 마당에 콘크리트를 했기 때문에 물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없지만 그러기 전에는 비가 안 와도 마당 여기저기서 물이 솟구쳤다. 그러다보니 교촌리 앞 들이 미나리재배 단지로 적합한 곳이 됐다.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미나리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없는 것일까? 뻔히 돈 되는 줄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이 시대의 아픔처럼 느껴진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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