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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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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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15
運用之妙在一心

이야기가 있는 고사성어 15

김현임(수필가)

 

運用之妙在一心

 

‘그때에도 며칠째 눈이 오다 말다 하고 있었다. 매일 삼사십 킬로미터의 행군 끝에 숙영지를 옮기는 훈련이라 대원들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쉬지 않고 훈련을 하거나 이동을 해야 하는 낮 동안은 그렇다 치자. 새로운 숙영지에 도착해 언 땅을 고르고 거기에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군데군데 찢어지거나 구멍이 뚫린 개인 텐트를 치고 담요 두 장으로 향로봉의 칼바람을 견뎌야하는 밤이면 덜덜 떨리는 이빨 사이로 저절로 욕이 터져 나왔다.’

이는 군대를 소재로 한 소설 속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빨 사이로 절로 터져 나오는 욕이라니!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예측을 빗나가는 변수 많은 전시상황 속에서 군대의 수장이 부릴 병법의 최우선 운용지묘는 군사들의 사기진작이 최우선이 아닐까.

우리에게 이순신이란 구국의 영웅이 있듯 중국에도 악비(岳飛)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있다. 전운이 중국 대지를 소용돌이치던 시절, 송나라 북방에서 일어난 큰 물결 같은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여진이 일으킨 금나라다. 1127년 금의 대군은 남하하여 송나라의 도읍인 변경을 공략하여 함락시켰다. 나라를 어지럽힌 임금이라는 뜻으로 ‘혼덕공(混德公), 중혼공(重混公)’이라 불리었다던가. 시와 그림에 취해 정치엔 관심이 없던 휘종과 우유부단한 흠종, 나약해 빠진 두 황제는 금나라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큰아버지’라 부르는 수모를 당했으며 황후나 대관들도 모두 금나라의 포로가 되었다. 남아있던 송의 세력은 휘종의 동생을 세워 고종이라 칭하며 재기의 발판을 노렸으니 끝까지 변경에 남아 금군과 제 1선을 지킨 것이 종택이었다.

이 종택의 휘하에 악비라는 젊은 장수가 있었다. 비천한 농민출신에 일개 병졸로 출발했으나 그 힘이 능히 300근의 활을 쏠 정도로 위용이 뛰어나 전쟁에 나가 수많은 공을 세웠다. 어느 날 종택은 악비를 불러 당부했다

. “자네의 용기와 재능은 옛 명장들도 당해내지 못할 걸세. 하나 한 가지 주의를 준다면 자네는 즐겨 야전(野戰)을 하는데 그것이 만전의 계략이라고는 할 수 없네. 이 걸 보게”

하면서 군진(軍陣)을 펴는 방식을 설명하는 전도(戰圖)를 내밀었다. 그러자 악비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서슴없이 큰 소리를 쳤다.

“진을 치고 그 다음에 싸운다는 것은 전술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모든 운용의 묘는 자기 一心(일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전술은 방식이므로 그 형(型)만을 가지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적재적소 상황에 맞춰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軍長(군장)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다는 것, 이렇게 말하는 악비에게서 종택은 보통을 뛰어넘는 어떤 영특함을 보았다. 이후 종택은 겁이 많아 우물쭈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고종황제의 어리석은 판단에 통분하며 죽고 말았다. 하지만 악비는 점차 두각을 나타내어 남송의 명장이 되었고 금의 기세를 제압하며 숱한 전공을 이루었다. 그러나 사사로운 탐욕에 눈이 먼 간신배인 秦檜(진회)에겐 악비는 눈엣가시였다. 간신 중에도 등급이 있다면 진회는 초특급이라던가. 중국 역사상 모두가 저주를 퍼붓는 매국노의 전형이 진회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난을 틈타 제 사욕을 채우며 금과의 화의를 주장하는 진회의 농간에 모살되고만 악비 부자. 그 죽음을 애석하게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神의 반열에 오른 악비다.

역사의 평가와 심판은 결코 다소 더딜 수는 있어도 건너뛰는 법은 없다고 했다. 아무리 뒤져도 죄가 드러나지 않자 진회는 악비에게 ‘막수유(莫須有)’라는 죄명을 씌웠다. ‘분명치는 않지만 혹 그럴 지도 모른다’는 죄 아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명나라 쇠퇴의 초석을 놓은 엄숭과 명나라를 빈사의 상태로 내몬 위충현과 더불어 중국 최대의 간신으로 회자되는 진회.

소동파가 지상의 천국이라 묘사한 절강성 항주, 그 중 서호는 항주의 상징이며 시인 묵객들이 가장 선망하는 명소다. 그 곳에 악비의 무덤이 있고 악비의 像(상) 앞에 무릎 꿇은 진회 부부 상이 자리하고 있다. 檜(회)라는 이름은 중국인 모두가 회피하는 이름이 되고 600여 년이 흘러 과거에 급제한 진간천은 진이라는 자신의 성조차 부끄럽게 여기며

 

‘사람들은 송나라 이후로는 ‘회’라는 이름을 부끄러워했고

나는 지금 악비의 무덤 앞에서 ‘秦(진)’이라는 성 때문에 참담해지는구나’

 

고 한탄했다던가.

어찌 적과 촉각을 다투는 전술뿐이랴. 우리 생의 매 순간 내려야하는 중요한 결정, 그 판단 역시 자신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지 않던가. 앞에 놓인 자신의 현실을 직시해 내린 단호한 마음 결정이 기로에 선 우리의 길을 바르게 안내한다. 언제부턴가 내게 악비는 손가락 꼽는 사나이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꺼져가는 송 왕조의 숨통을 되살리려던 영웅 악비는 껍질이 벗겨지는 참혹한 혹형으로 서른아홉 한참 나이에 죽음을 당했다. 훗날 진회의 무덤 앞을 지나던 장수 맹공은 군사들에게 오줌을 갈길 것을 명령했다니 더러운 무덤, 진회의 穢塚(예총), 그의 비석에 어느 누구도 글을 새기려들지 않아 백비로 남았으니 진회를 향한 역사의 가혹한 심판은 영원히 끝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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