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은 등기 안 된 내 산이요, 사랑하고 좋아하는 내 정원
월출산 아래 가장 아름다운 집 지은 성전 안운리 이효상 사장
대지 600평에 본채 40평, 사랑채 20평, 너와집 10평
안양에서 12명의 직원들과 안경업을 하는 이효상 사장(55세)은 고향이 성전면 월남리이다. 그가 2011년 5월부터 성전면 안운리에 흙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이사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 집을 보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만큼 아름답고 아늑하고 편안하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집이 있을까 싶다. 먼저 본채와 사랑채, 너와집 모두가 흙집이라는 점에서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인위적인 소재를 일체 쓰지 않고 나무와 흙만으로 지었다.
“막상 짓고 나니 주위 분들에게 송구스러움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정말 방 한 칸, 부엌 한 칸으로 된 조그만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짓다 보니 이렇게 커졌습니다”
성전 북초등학교 21회를 졸업한 이 사장은 성전중고교를 다닐 때까지 월남리에서 살았다. 7남매 중 막내인 그는 부친이 영암에서 운수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사는 월남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7남매 중 막내이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손을 잡고 문중 시향에 자주 따라다녔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게 즐거웠고 차츰 뿌리에 대한 관심과 긍지가 생겼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조상에 대한 얘기를 이따금씩 들려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 사장은 원주 이씨로 성전 월남리와 금당리가 집성촌이다. 다산이 다녀갔던 월출산 백운동도 그의 조상들이 모셔져 있는 문중산이기도 하다.
조상님의 은덕으로 사업 성공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살아온 삶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무역업도 하고 패션계통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이었다. 부친은 사업실패로 말미암아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지만 이 사장은 남부럽지 않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마도 조상님의 은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조상님들로부터 잘 살게 해달라는 마음보다 벌초를 해드리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면서 그렇게 기뻤습니다. 지난 추석에도 사람들을 사서 열 댓 봉이나 되는 선대 벌초를 하고 났더니 뿌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이 사장은 자신의 성공은 조상들이 돌봐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해마다 찾아오는 추석 명절과 설 명절에 선산을 다녀오고 나면 가슴 가득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사람들이 조상의 묘를 찾는 일을 마다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는데, 막상 조상님을 뵙고 올 때의 기분을 해보지 않는 사람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고. 남에게 베풀어 본 사람의 기분을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이 모른다는 것과 같다고 단언하듯 말했다.
한 번은 어찌나 조상님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지면서 공경하는 마음이 물씬물씬 일어나는 바람에, 모든 조상님들의 묘에 둘레석으로 하고 장승을 세우는 등 대대적인 석물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리가 더 좋다고 생각되어 차마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잊지 않고 봉제사는 물론 찾아뵙는 것이 자손 된 도리라고 확신하는 이 사장이다.
앞 정경은 월악산, 뒤 정경은 월출산
먼저 그가 지은 집은 앞 뒤 풍경이 일품이다. 천하명산 월출산 자락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뒤 정경의 빼어난 풍광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앞 정경 또한 산첩첩으로 펼쳐져 그야말로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좌청룡 우백호를 만들며 월출산 자락이 길게 내처 달리다가 월악산에서 멈추는 앞 정경이다.
“월출산을 제 정원으로 생각합니다. 훤히 바라다 보이는 월출산의 정경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도 일품이지요.”
충남 서산의 울울창창 우거진 송림지역에 1만 평의 땅을 갖고 있는 이 사장은 애시당초 그곳에 별장 같은 집을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민과 교류한다는 것도 머리 무겁고 객지라는 생각이 들어 월출산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집은 먼저 흙벽돌로 지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단단한 흙벽돌로 쌓은 후 지붕은 한옥지붕으로 했다. 그러나 일반 한옥과는 달리 엄청난 흙이 지붕 위로 올라갔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흙벽돌로 쌓은 벽을 마감할 때 닥나무재질로 했다는 점이다. 건축박람회에서 닥나무로 마감한 것을 보고 그대로 응용한 것이었다. 그 전문가는 서너 달 동안 닥나무로 바람벽을 마감했다고 한다. 흙벽돌의 윤곽을 또렷이 느낄 만큼 울퉁불퉁한 벽면이지만 매끄럽고 단단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특이하게 구상한 것은 화장실에서도 앉아 있으면 월출산 산세가 그대로 내다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거실, 안방, 작은 방 등 어디에 앉아도 앞산과 뒷산의 산세가 훤히 바라다 보인다. 앞산은 질펀히 드러누운 형상이고, 뒷산은 치어다보아야 한다.
사랑채는 건평 20평으로 역시 흙벽돌로 지었는데, 자그마한 마루와 사각을 토방으로 만든 것이 멋스러워 보인다. 한편 시골 맛을 그대로 느껴보기 위함일까. 대문앞에 서있는 너와집의 지붕이 별스럽다.
“뭐니뭐니해도 너와집이 우리 집에서는 백미입니다.”
그의 말대로 너와집은 불 때는 방이었다. 무쇠솥단지가 걸려 있고, 방에서도 내다볼 수 있도록 자그마한 창호지문이 달려 있었는데, 너와집의 절반은 접어졌다 펴졌다 하는 유리문으로 만들어져 여름에는 활짝 열어놓는 트인 공간이 되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응접실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거실에는 벽난로가 고급스럽게 자리하고 있었고, 뒤뜰 정원 한 곳에는 흙으로 만든 저장고가 있었다. 난방은 지열을 사용해서인지 온 집에 따뜻한 기운이 기분 좋게 흐르고 있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이 사장은 강진에 영랑의 시인이 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영랑의 대표작인 ‘모란이 피기까지는’란 시도 줄줄 외우는 정도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일 게다. 기자가 만난 날 아침 일찍 그는 경포대를 다녀왔다. 둥싯둥싯 솟은 바위틈으로 흐르는 청류, 아니 백옥이라고 불러야할 만큼 맑은 계곡물과 그 짙푸른 잡목숲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월출산이 있고 거기에 경포대가 있으며 한발짝 건너 백운동 그 아늑한 곳이 있어 더욱 머무르고 싶은 집. 하룻밤 자고 싶은 집으로 남도에서는 가장 멋있는 집이 바로 이효상 사장의 집이 아닐까, 집을 나서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송하훈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