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기자의 횡설수설
헬로우 대선
두 사람이든 세 사람이든 사람이 모인자리에서 대선후보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 요즘이다. 빅3라 불리는 세 명의 대선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잘하여서, 가만히 들어보면 모두가 정치 평론가로 보인다. 또 나름대로의 잣대로 표를 던질 후보를 선택할 줄 알고, 상대방의 말에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 자세를 보면서, 국민들이 선거를 접하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하게 된다.
사실 대통령 선거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 두 달을 조금 더 남겨둔 시점이고, 어느 정도 후보들에 대해 알만치 알았다는 표현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며 또 다행인지 모른다.
추석 전에는 추석을 지나면서 대선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서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래서 추석명절이 어느 후보에게 더 즐거운 명절이 되었는가,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글쎄 추석 제사상을 받은 조상들께서 누구에게 더 큰 복을 주기로 결정했을까 앞으로의 일이 궁금할 뿐이다.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서 우리나라 전통 네 명절 중에 하나인 추석의 의례를 살펴보았다. 추석은 1년 중 가장 큰 만월을 맞이하는 달의 명절로서 농경민족사회에서 풍년에 감사하고 조상의 덕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고, 자기의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 날이다.
추석날 아침 첫 번째 일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에 올렸던 음식으로 온 가족이 음복을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는데, 추석에 앞서 산소에 가서 풀을 깎고 벌초를 한다. 추석이 되어도 벌초를 안 한 무덤은 자손이 없어 임자 없는 무덤이거나 자손이 있어도 조상의 무덤을 돌보지 않는 불효의 경우여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추석명절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통 혼잡이 일어나는 민족 대이동의 날이고 그래서 대선후보들에 대한 민심도 어떻게 이동될지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리라. 그러나 추석이라는 명절은 무엇보다도 조상에 대한 덕을 기리는 날이기에, 대선 후보라는 위치를 확보한 영광의 세분에게는 더 없는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날이 아닐까 싶어서 한번 짚어보았다.
그래서인지 추석연휴에 우연히 보았던 TV특선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결말이 나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아로 자란 외로운 주인공이 직장에서도 해고되자 자신을 자책하며 자살하려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자꾸만 자살에 실패하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은 주인공은 약을 먹고 강에 다시 뛰어든다. 그러나 또 깨어나게 되고 병원에서부터 골초아저씨귀신이 바짝 붙어 따라다니게 된다. 이어 울보여자귀신이 따라붙고 단것을 좋아하는 어린이귀신, 술을 좋아하는 할아버지 귀신이 주인공을 한꺼번에 따라다닌다. 이 귀신들이 귀찮은 주인공은 점집에 찾아가게 되는데, 점쟁이 왈 귀신들의 한을 풀어줘야 떠난다고 답해준다. 영화 흐름이 코믹하게 진행되어서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지만, 주인공은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마음이 통하는 간호사를 만나 서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귀신들의 한을 모두 풀어주었기 때문에 제발 자신 곁을 떠나달라고 울부짖었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귀신들이 보이지 않자 다시 자살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간호사를 만나고 싶었던 주인공은 김밥을 먹으며 고백하는데, 간호사가 “김밥을 만들 때 시금치 말고 미나리를 넣나요?”라고 묻는다. 이때 주인공은 “엄마가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대답하다가 잃어버렸던 엄마의 얼굴이 기억나고, 아빠와 형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기서 영화는 완전히 반전되어 가슴 뭉클한 가족의 사연이 밝혀지는데, 지금까지의 코믹했던 영화의 전개는 뒤로 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부모와 형과 여행을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뒷 자석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가슴에 꼬옥 안겨 있던 주인공은 혼자 살아났으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체 고아가 되었던 것이다. 기억상실이 되었던 주인공은 그동안 자기 주변에 있었던 귀신들이 가족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울면서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서서히 귀신들이 주변에 나타나서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주인공은 간호사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의 영화다. 다른 영화 같으면 이런 결말을 접할 때 허무한 기분이 드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 감동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귀신으로 나타난 죽은 가족들이 주인공의 결혼식 사진에 있을 것만 같은 착각, 그렇게 만들어주고 싶은 간절함이 내 안에서 솟구쳤다.
대선이야기에 왜 헬로우 고스트란 영화가 겹쳐질 수 있을까. 이것은 나만이 가져본 생각이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완전한 반전을 가져온 ‘김밥’ 같은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지금의 대선 구도가 돌아가신 대통령들과 연관 지어지고, 후보들을 유산이네 그림자네 하는 어휘로 말아 부정적 측면으로 드러내지만, 김밥에 시금치를 넣거나 미나리를 넣거나 했던 그 분들의 독창적인 것을 찾아내어 승화시킬 수 있다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사람이 먼저인 나라,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나라, 그런 감동적인 우리의 미래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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