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살아가는 일상의 행복(幸福)
내 이 한 몸, 신(神)의 섭리로 부모님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왔습니다.
이승에서 빌렸다 쓰고 가는 한 세상 동안 당신이 살아온 인생 답안지(答案紙)는 어떠했나요? 라고, 그렇게 한번 풀어보라고, 숙제를 내어준다면 누구나 살아 온 길을 더듬어 보며 어떤 사람은 한숨을 쉴 것이요, 또 어떤 사람은 구비 구비 참 험한 산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온 날들을 뒤돌아보며 어느덧 이마에 주름진 자가 모습을 쳐다보면서 아! 참 세월이 이렇게도 빠르게 지나버렸구나… 라고 돌이켜 생각하게 되겠지요. 저마다 그저 허겁지겁 살아오다보니 황혼 길 문턱까지 온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그제야 실토케 되며 한숨을 쉬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는 100점짜리도, 단 10점짜리도 없는 저마다의 인간으로 오랫동안 탈 없이 건강하게 이 세상을 살아 온 감사함 뿐입니다.
인간의 본질(本質)이 그러하듯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누구에게 보이려고 포장할 필요가 없는 저마다의 순수한 선택의 삶을 성실하게 그대로 지키며 살아 온 값지고 귀한 생명일 뿐입니다.
이 해 스산한 가을도 다 가는 입동의 문턱을 지나며 가을나무 가지들마다 연 붉게 물든 물감의 수놓은 단풍 이파리들과 노란 은행잎들도 이젠 스쳐가는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땅에 뒹굴며 세월의 뒤안길마다 통곡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땐 세월이 무척 긴 것으로 생각하나 나이가 들면서 살아온 젊은 날이 얼마나 값지고, 짧았던가를 깨닫게 되지요. 세월은 우리를 그렇게 가만히 기다려주지 도 놔 주지도 않습니다.
새가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에는 그 나뭇가지가 한동안 흔들리며 날아간 새의 자국처럼 기억하는 모습으로 보이듯, 우리 인간도 저마다 지나간 자리의 흔적들이 남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자리가 아름다워 알차고, 풍성한 열매가 열리거나 위인으로 업적을 남기는 보람의 사람이 있는 반면, 일생을 추하게 남긴 악인으로 남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신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 사회에서 과연 그 어떤 모습으로 그 모습으로 남으려 하십니까? 그 해답은 제각기 당신들의 몫입니다. 다만, 인생의 진실한 철학은 어제도 오늘같이 오늘도 오늘같이, 내일도 오늘같이 남의 눈총을 받지 않고, 칭찬받는 평안함속에 둥글둥글 모가 없이 살아가는 것이 일상의 참된 행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든 자국의 흔적들은 정직하고 진실한 일상의 삶속에서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남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비정한 우리 현실 사회는 그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봅니다. 한마디로 양두구륙(羊頭狗肉)(crying up wine and selling vinegar) 이듯 한마디로,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인간을 말합니다.
필자는 며칠 전 이번 강진아트홀에서(2011년 11월 8일) 요즈음 사회에 큰 화제가 된 ‘도가니’라는 실화영화를 전직 안 경순 교장선생과 함께 보면서 느낀 소감이었습니다. 어린 장애 여학생을 교장이란 직책인자가 수 십 차례 강압적 성 폭행을 저지르고도 재판정에서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양심선언까지 하는 그 철면피한 자는 바로 기독교 장로라는데 더 구역질이 날 정도였으며, 그 교회 교인들이 법원 앞에서 구명운동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신앙인들의 자태와 돈 앞에 유전무죄 (有錢無罪)가되는 현실적 모습을 보면서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신앙인들마저 돈 앞에 무릎을 꿇는 비정한 현실 사회가 너무 싫어 회의가 느껴졌습니다.
우리 인간은 잠시 왔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다 저 나름 사회에, 국가에, 인류사회에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하다가 이름을 남기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만물의 영장으로서 저마다 어떤 자취들을 남겨왔고, 지금 남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남길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단 두 가지뿐이지요. 그것은 죄(罪)와 복(福) 뿐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나 비록 없는
사람일망정 가진 재산의 유산보다 더 정의롭게 살다갔다는 값진 명예와 삶을 자손들에 남겨주는 훌륭한 흔적의 아름다운 인간이어여 함이 마땅합니다.
인간살이 가운데 우리는 많고 많은 숫한 사람을 만나며 한 생을 살아갑니다. 나의 만남이 상대에 걸림돌이 되는 인생을 살지 말고, 상대에 디딤돌이 될 수 있는 편안하고, 정겨우며 항상 만나고픈 그런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모가 없이 둥글둥글하게 살아갑시다. 사랑은 유통기간이 짧지만, 정(情)은 숙성기간이 무한합니다. 사랑보다 깊은 정을 주며 즐거운 오늘을 살아갑시다.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언제나 지켜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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