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으로 모신 시아버님
지난 4월 우리가족은 시아버님을 천국으로 배웅하였다.
어머님은 아버님이 떠나시기 3일전 가족회의를 하셨다. 시신을 화장해서 산에 뿌리든지, 아니면 요즈음에 수목장이란 것이 참 좋더라며 말씀을 꺼내셨다. “내가 이러한 결단을 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남들이 수군대는 것도 3개월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해야 되는 이유는 앞으로 너희들이 편하기 때문이다. 종손의 멍에로 9년 전 집안 조상들의 봉분을 한 곳으로 이장할 때에 빈 봉분이 두 곳이나 되었다. 그곳에서 흙 한 줌과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가지를 꺾어서 이장을 하였다. 그렇게 비어있는 봉분위에 잡초를 손수 뽑고 벌초하느라 매년 힘겨웠다”라고 하시며, “이러한 일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고민을 수 없이 하신 끝에 결론을 내리신 것 같았다. 우리가족은 어머님의 뜻을 받들어 수목장으로 아버님을 모셨다. 집 곁에 있는 텃밭에 소나무 한 그루를 사서 그 아래에 골분을
- 장여옥(강진군 옴천면 영산리에서 출생)
- 수필가
모신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시며 늘 지혜롭고 현명하신 어머님의 취지는 자식들을 사랑하며 배려하시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수목장은 사람이 죽으면 화장한 뒤 골분을 나무 아래 묻어주는 것이다. 고인이 수목과 함께 영생한다는 철학적 사고에 기초하여 자연으로 회귀하는 생명의 순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한다. 시아버님과 갑장계원이신 친구 분들이 어머님을 만나면 “나도 죽으면 그렇게 하고 싶소.”라고 하신 분들이 여러분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같은 아버님의 장례모습을 글로 담아 농촌사랑운동에 응모하였다. 부끄럽게도 상을 타게 된 나는 베트남 여행이 주어졌다.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장례문화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베트남에서는 3일장으로써 고인을 집에 모시며, 출상하는 날에는 금속 악단을 불러서 흥겨운 한 판을 연다. 저승사자가 쇠 소리를 좋아한다는 이유였다. 흥을 돋우어 귀신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들도록 불러 모은다. 다음 제상을 차려서 귀신들이 고인을 잘 데려 가시도록 배려와 부탁을 한다. 상여는 밝은 색으로 붉고 푸르도록 치장하고, 순수한 동심의 어린아이들이 형형색색의 깃대를 들고 앞장서 나간다. 귀신들이 어린아이들을 보고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나 궁금해서 따라 나선다는 것이다. 이 때에 고인이 어머니인 경우에는 맏아들과 맏딸은 힘겹게 배웅을 한다. 고달픈 삶을 살다 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맏아들은 뒷걸음치며 따른다. 맏딸은 땅에 굴러서 장지까지 따른다. 자신도 어머니와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하기에 딸은 굴러서 간다고 한다. 아픈 역사가 자리한 그곳은 장년 남자보다 여자 숫자가 많으며, 생활전선은 아내의 차지이다. 그곳의 장지는 동구 밖 물이 많이 고여 있는 논 가운데였다. 집과 가깝기에 맏딸이 굴러서 갈 수 있는 장소였다. 그곳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풍습 이어서 묘지에 물이 충분히 고이는 곳이어야 명당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풍수의 명당발복론(明堂發福論)과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매장이 고유한 장법이었다. 조상과 후손은 한 핏줄로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감응을 일으켜 묘지의 좋고 나쁜 기운이 후손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매장은 해마다 여의도만큼 불어나는 묘지로 국토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이루어진 장묘법을 보면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장묘문화에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얼마 전에는 가을 길을 따라서 보성에 있는 대원사를 갔었다. 그곳에서 티벳 불교 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지하 끝으로 내려가니 관이 하나 놓여 있었다. 죽음을 체험하는 공간이었다. 벽에는 티벳의 장묘법인 조장에 대한 순서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윤회사상을 깊이 믿는 그들은 죽은 후 자기의 시신을 신성한 독수리가 먹어 치우면 바로 승천하거나, 부귀한 집안에 잉태되어 환생하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에게 육신이란 한 벌의 옷과 다를 바 없다. 이제 몸을 떠난 영혼은 또 다른 몸으로 옷을 바꿔 입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죽음은 새로운 시작의 의미였다. 화장이나 조장은 육신의 허무성에 영혼의 자유성을 갈구토록 하는 불교나 힌두교적 사상을 짙게 드러내었다. 티벳은 목재가 귀하기 때문에 부자들은 화장을 하지만, 일반인들은 조장이나 수장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건조한 고지에 지형은 시신이 썩지를 않는다는 이유가 불교에 사상을 빌려서 ‘보시’라는 형식으로 그러한 장법을 따르게 하는 것 같았다. 나무를 천금처럼 귀하게 여기는 그곳이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불교의 사상에 관계 없이 화장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올 초에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게 되었다. 나는 해외를 가게 되면 장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럼으로 자연스레 공동묘지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봉분을 볼 수 없었으며, 아기자기한 표지석이 공원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에 말을 들으니 그곳은 공동묘지 옆 집값이 비싸다고 하였다. 집이 조용하며 공원 같아서 선호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갔었던 일본이나 넓은 대륙을 자랑하는 중국에서도 봉분을 본 기억이 없다. 결코 넓은 국토를 자랑하기에는 부족한 우리나라이다. 그런데 봉분은 세계적 여행거리로 손색이 없지 안 을까? 하면서도 부끄러운 생각이 절로 든다. 자연을 마음대로 깎아서 죽은 자의 터전을 일구어 논자리이기 때문일까. 여러나라의 장묘문화를 바라보면서 과연 정답은 무얼일까?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도 한 뼘 땅을 차지하고 죽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가고자 하는 의식 혁명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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