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에서>
그 남자의 행복론
이 윤(전남지방경찰청 경무과장)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행복(幸福)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결코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또한 누군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라고 갑자기 물어온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기준, 그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어서 대답은 천차만별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행복의 기준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아닐까 하고 필자는 생각해 본다.
얼마 전 행복전도사라 불리던 최윤희씨의 자살 소식에 잠시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가 썼다는 책 제목만 살펴봐도 행복은 너무도 쉽게 손에 쥘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행복 그거 얼마예요?’ ‘행복이 뭐 별건가요?’ ‘행복의 홈런을 날려라’ 최윤희씨는 행복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절망과 희망은 일란성 쌍둥이여서 언제나 붙어 있다고 했듯이 너무 닮아서 구분이 흐려진 것은 아니었을까. 육체의 고통에 절망하고 결국 자살로 이어져야 했던 행복전도사의 삶이 우리 모두를 잠시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평소 주장대로 웃는 일이 행복이라면, 슬픔은 불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의 홈런 공, 어디론가 튀어나간 그녀의 홈런공이 그 누군가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믿고 싶다.
최근 경찰관들의 잇따른 자살소식까지 접하면서 ‘자살’이라는 단어가 쉽게 오르내리고 있음에 오싹 소름이 끼친다. 삶의 목표는 분명 행복에 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하는 만큼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삶을 포기하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자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가슴이 답답해왔다. 유치원 아이부터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경찰관이고,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도 3위를 벗어나지 않으며, 가장 필요한 직업도 경찰관으로 꼽힌다. 가장 민중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민중과 멀리 있어야 하는 직업이 경찰 직업이며, 가장 친근감 있는 직업으로 느껴지지만, 정작 가장 외로운 직업 중 하나이다. 어떤 직업보다도 의무감과 책임감, 질서와 완벽을 추구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볼 때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업무의 과중은 스트레스로 연결되기 싶다. 그것은 철저한 외로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나 또한 40대 초반, 직업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몸무게가 40킬로 대까지 줄어서 서울에 있는 병원을 내 집처럼 들락거렸다. 승진시험 준비를 한답시고 퇴근 후 밤마다 공부를 하면서, 야식으로 먹었던 음식이 위장병으로 도져 몇 년을 고생해야 했다. 계속된 육체의 고통은 결국 심한 우울증으로 이어져 삶 자체를 비관하며 허우적거렸다. 그 당시엔 아무것도 생의 만족을 주지 못했고, 정말이지 나는 징허게 운도 없구나 싶었다. 이 세상에 오직 나 홀로인양 밀려오는 외로움에 휩싸여 있던 어느 날 주위의 권유로 한의학을 접하면서, 스스로 건강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 점점 건강이 회복되었다. 일어서려고 마음먹자 오히려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건강해지는 전화위복을 가져왔다. 삶의 성공이란 특별한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였다.
많은 철학자들이 행복에 대해서 논하고 고민해왔지만, 그들도 끝내는 행복이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지 못했다고 본다. 그 중 달라이라마는 행복론에서 ‘현재 갖고 있는 것을 바라고 감사한다면 내면의 만족은 계속되며, 바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는 일이다.’ 라고 행복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행복은 자신의 만족스러운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몇 년 전 광주 남구에 있는 중학교에서 특강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중 세 번째 질문이 행복에 관한 질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질문이었는데. 다행히 한 학생이 정답을 맞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 이 정답이었다. 유치환의 시 ‘행복’에서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하나니라’ 처럼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물론, 시인이 말하고자 한 행복은 자신을 사랑하라는 주제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누군가 사랑할 대상이 있어 행복하다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충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내적인 평화를 가진다면 외부의 어떤 영향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곧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사람은 항상 구김살 없는 밝은 표정이어서 잠깐만 함께 있어도 행복의 전이를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현재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만족한다면, 결국 우리 모두 행복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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