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민원소통위원회, 갈등은 줄이고 소통은 늘린다
조영관 주무관(강진군 민원소통위원회)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념, 정치, 성향 혹은 입장 차이가 진영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최근에는 세대, 젠더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지역의 현안 사업을 놓고 민원인과 군, 민원인과 민원인의 갈등까지 우리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의 갈등은 그 규모와 종류도 다양하다. 행정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절차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직접 자신의 권리를 구제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요즘 민원인들은 이러한 갈등이 실무자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책임자 나와!’가 문제해결의 시작점처럼 되어 버렸다.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는 민원의 경우도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행정에서는 사후적 권리 구제 절차인 법원을 통한 권리 구제나 행정심판 등의 정형화된 절차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법원을 통한 권리 구제 절차는 가장 확실한 권리 구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기에 일반군민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부담도 적지 않다. 행정심판은 행정청 내부적인 통제 절차로서 사법절차보다는 덜 엄격하지만 역시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사후적인 측면이 있다.
민원 갈등이나 분쟁을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해결하고, 소송의 결정을 따르긴 하지만 해결 후에도 당사자 간 앙금이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된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있어야만 분쟁 당사자 간에 절차대로 합의하고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강진군은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갈등이 발생하기 전 사전에 조율하고 해결하기 위한 ‘민원소통위원회’를 신설했다. 각 실과에서 해결되지 못한 지역 현안 갈등과 관련된 민원들을 위원회에서 조사 및 현지 확인 후 관련 실무자들과 협의 후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한다. 위원장은 안건이 상정되면 분야별 전문 위원 25명 이내로 민원소통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을 소집해 민원 심의 및 의결 후 각 실과에 심의 의결 결과를 통지해 민원이 처리되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민원소통위원회는 행정 권리 구제 절차의 경직성과 사후적 성격을 보완해, 비교적 융통성 있고 편리하게 권리 구제와 행정 불만을 해소하고, 사전에 민원인들과 소통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군청 1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민원소통위원장이 상근하고 있어 군민들이 언제든지 상담받을 수 있다.
또한, 회의를 통해 군 소속 기관에 민원에 관한 내용 설명 또는 관련 자료 서류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 직원 및 민원 신청인 이해관계 참고인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회의에 출석하도록 해 의견을 진술하도록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조사 사항과 관련해 장소나 시설 등에 위원들이 직접 실지조사도 실행할 수 있다. 폐쇄적인 행정정보에 대한 민원소통위원회의 접근권, 조사권의 행사 등을 통해 행정정보가 더 많이 공개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행정에 대한 군민들에게 접근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행정을 삭막하고 냉정한 기계적 작용이 아닌 접근 가능한 인간적인 생활영역이 되도록 푸근하게 감싸안는 것이 민원소통위원회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행정과 군민의 갈등도 위원회를 통해 군민은 행정에 대한 신뢰가 깊어질 수 있으며, 군과 민원소통위원회 또한 군민이 갖고 있는 욕구와 다양한 생활 경험, 아이디어를 행정에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사회의 갈등은 다양한 가치와 철학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다원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갈등은 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어떤 면에서는 치열한 갈등과 고민이 사회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그동안 갈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수많은 고소, 고발과 법정 공방으로 가는 상황은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OECD 한국갈등지수를 보더라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갈등 관리는 미흡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당사자와 그가 속한 사회 모두가 손해이며, 어마어마한 갈등 비용이 발생한다.
너무도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는 지금, 민원소통위원회가 갈등 관리 해결의 주체로 나서, 군정 발전과 군민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을 열고 군민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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