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움직인 성리학 대부 김종직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며 태조의 부름을 거절 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상은 한 치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그 세상은 어쩌면 돌고 도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조선 제9대 왕 성종은 부왕인 예종이 즉위 후 1년 2개월 만에 병으로 죽는 바람에 13세에 왕위에 오른다. 이 때 왕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세조의 정비인 정희황후가 7년 동안 수렴첨정을 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한명희, 신숙주 등 훈구대신들이 조정에 강한 입김을 행사하던 시기였다.
정희왕후의 섭정이 끝난 뒤 맨 처음 성종이 한 일은 원상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이것은 조정의 서무 결제에 원로대신들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 제도였다. 원상제도 실시는 곧 왕권의 위축을 의미했다. 성종은 그것을 폐지함으로써 왕명 출납과 서무 결재권을 되찾아 온 것이다.
성종은 그런 다음 사림의 젊은 문신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이 무렵 신숙주가 세상을 떠났고 한명희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있었다. 그러나 유자광을 주축으로 한 공신들과 성종의 모후인 인수대비의 친척들이 조정의 요직을 두루 꿰차고 있었다. 성종은 공신들과 외척의 틈바구니에서 사람을 배치시킴으로써 그 힘의 무게중심을 왕권으로 옮겨놓으려 했다.
원래 사림이라는 용어는 고려 말부터 쓰였던 것으로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들의 집단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조선시대 들어서서는 조정에 공을 세운 훈구파나 왕의 친인척에 해당되는 척신세력에 대비되는 제야 지식인의 개념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산군 때 잇달아 사화가 일어나자 정치적인 이유로 화를 입은 선비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성종 때의 사람은 재야 지식인으로 선비 집단을 뜻한다.
김종직은 당시 사림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성종은 본격적으로 왕권을 행사하기 이전부터 김종직의 학식과 문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종직의 호는 점필재, 그는 고려말의 충신 길재의 학통을 이어받아온 대유학자 김숙자의 아들이었다.
길재는 세자의 스승이 되어달라는 태종의 부름을 받았으나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며 왕명을 거절했던 인물이다. 또한 그의 제자였던 김숙자는 단종 대에 벼슬을 하다 세조가 즉위하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인 밀양으로 돌아가서 평생 바깥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의 성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김종직도 애초부터 관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들이 한 번이라도 벼슬길에 오르는 모습을 보길 원했던 노모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릴ㄹ 수 없어 뒤늦게 과거시험에 응시하였다. 23세 때 진사 벼슬에 올랐다.
조선 전기 사림파 우두머리
김종직은 1498년 무오사화의 단서를 제공하고 부관참시를 당한 인물로 기억된다. 조선 전기 훈구파에 대항한 참신한 정치 세력 사림파의 핵심 인물이었기에 그에 대해선 ‘꼿꼿한 선비 학자’로 이해하기 쉽다. 김종직은 후배 사림파를 두루 배출해 조선 전기 영남 사림파가 정치와 사상의 중심에 서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김종직의 자는 계온(季溫), 호는 점필재, 본관은 선산이다. 김숙자의 아들로 어머니는 밀양 박씨다. 1431년 6월 밀양부 서쪽 대동리에서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김숙자는 경상도 선산에 은거한 길재에게 성리학을 배우면서, 정몽주, 길재로 이어져 내려온 사림파 성리학의 도통(道統)을 계승했다.
성리학 종사 김종직선생의 생가 – 추원재
<백룡부>를 지어 주목을 받았으나 낙방하였지만 단종 1년 태학에 들어가 <주역>을 읽으며 주자학의 원류를 탐구해 동료들의 경복을 받고 이해 진사시에 합격했다. 1482년 왕의 특명으로 홍문관응교지제교 겸 경연시상관에 임명됐으며 이후 두루 벼슬길에 올랐다. 이 무렵부터 제자들과 함께 사림파를 형성해 훈구파와 대립했다. 연산군 4년 제자 김일손이 사초에 수록한 <조의제문>의 내용이 문제가 돼 부관참시 당했다. 이 사건이 무오사화로 이어져 사림파의 후퇴를 가져왔다. 김종직의 학문은 무오사화 때 그의 많은 글이 불살라진 관계로 전체적인 모습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정몽주와 길재의 도학사상을 이어받아 절의와 명분을 중요시하고 시비를 분명히 밝히려고 했다 또한 〈소학〉과 사서 및 〈주자가례 朱子家禮〉를 기반으로 하는 성리학의 실천윤리를 강조했다. 오륜이 각각 질서를 얻고 사농공상의 사민이 자기의 직분에 안정하도록 하는 인정의 실시가 이상적인 정치라고 보았다. 김종직의 문학세계는 명분·절의·수기에 근간을 두는 여말선초의 처사문학과 송시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문채를 배격하고 간결하면서도 함축된 이(理)를 드러내는 것이었으나, 경(經)과 문을 다 같이 중시하는 폭넓은 것이었다. 김종직의 학문은 정통 성리학의 입장을 견지한 김굉필·정여창, 시문으로 이름을 날린 김일손·유호인·조위, 사회적인 체제와 구속을 벗어나려는 방외인문학의 입장에 선 남효온(南孝溫)·홍유손 등 여러 갈래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림파의 학문은 무오사화·갑자사화로 한때 침체했다가, 김굉필에게서 배운 조광조(趙光祖)·김안국(金安國) 등에 이르러서 크게 융성했다. 밀양 예림서원, 선산 금오서원, 함양 백연서원, 김천 경렴서원, 개령 덕림서원 등에 제향되었다. 저서로 〈점필재집〉·〈유두류록 遊頭流錄〉·〈청구풍아 靑丘風雅〉·〈당후일기 堂後日記〉, 편서에 〈동문수 東文粹〉·〈일선지 一善誌〉·〈이존록 彛尊錄〉 등이 있으며, 총재관으로서 〈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의 편찬에도 참여했다. 시호는 문충이다
조선 성리학의 태두 점필재 김종직
널리 알려지자 임금의 하교下敎를 받들어 책을 엮어 낼 정도였고, 영남출신으로 훈구파勳舊派계열에 속하던 신숙주申叔舟,강희맹姜希孟 등 으로 부터도 아낌없는 찬사讚)를 받고 그들의 적극적인 후원後援을 받았다. 성종(成宗:在位期間:1470-1494)이 즉위卽位한 뒤 예문관藝文官에서 19명의 시강관侍講官을 특별히 선발하여 경연經)을 열었때에는 선생께서 그 중에 제일 으뜸 이점필재畢齋의 함양생활咸陽生活 29세 때(1459) 문과文科에 급제及第후 선생의 문명文名이 조정朝廷에서 인정을 받아 임금의 총애寵愛가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군(郡)을 다스림에 있어서 성리학적性理學的 실천윤리實踐倫理를 실행하고 향사례鄕射禮와 양노례養老禮,향음주례鄕飮酒禮도 베풀고 제자들의 교육에는 길재吉再나 부친(金叔滋)의 교육방법대로 『소학(小學)』을 기본으로 하였다. 점필재(畢齋)선생께서 함양군(咸陽郡守로 재직할 당시에는 각 고을에서 임금께 진상進上할 차茶를 바치게 하였는데 이곳 함양咸陽도 예외는 아니여서 공출을 하려면 차茶가 생산되지 않는 함양咸陽 백성들은 전라도 지방까지 가서 차(茶)한 홉에 쌀 한말을 주고 바꾸어 올 정도였으므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대책을 세워야 하였기에 관원(官員)들을 모아놓고 이 문제를 논의(論議)하기 시작 하였다 선생께서는 지리산(智異山)을 끼고 있는 함양(咸陽)이 어찌 차(茶)나무가 없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옛문헌을 들쳐보며 차(茶)에 대한 기록을 찾기 시작하다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열람해보니 지리산智異山부근에 차(茶)나무가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하고는 관원(官員)들과 부로父老들에게 지리산 일대를 샅샅이 찾아보도록 제촉한 결과 과연 휴천면 엄천사嚴川寺 북쪽 어느 대나무 밭에서 야생차(茶) 몇 그루를 발견 했던 것이다.
야생차묘목苗木장을 백여평 조성 특별관리를 했다.
이때부터 야생차묘목苗木을 조심스럽게 캐어다가 현재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동호마을 부근 백여평의 땅에 관전官田 묘포장苗圃場을 만들고 특별관리를 명하여 재배토록 하니 농사는 매우 성공적이였다. 그러나 재배의 성공만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는데 지리산智異山 주변의 농민들은 거의 화전민火田民이라 농토가 적은데다 차(茶)나무를 심는 바람에 곡식을 심을 수가 없어서 또다른 애로가 있으므로 군수郡守는 화전민들에게 차(茶)나무를 심게 하고는 세금으로 들어온 곡식으로 보상報償해 줌으로써 무난히 번식을 꾀하게 된 것이다.이로부터 경작을 시작한 지 4∼5년만에 나라에서 부과한 전량을 공출하고도 남아돌아서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줌은 물론 남은 차(茶)를 인근 고을에다 팔아넘겨 수익을 얻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선생은 이즈음의 심경(心鏡)을 읊은 시(詩)를 두수 남기셨는데 점필재 시집畢齋 詩集 제10권에「다원 이수茶園 二首」라는 시(詩)가 바로 그것으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욕봉영묘수성군浴奉靈苗壽聖君 신령한 싹 올려 성군께 축수코자 하는데 신라유종구무문新羅遺種久無聞 신라 때 남긴 종자 오랫동안 못 찾았다가 여금힐득두류하如今得頭流下 이제야 두류산 밑에서 채취하게 되었구나 차희오민관일분且喜吾民寬一分 우리 백성 조금은 편하게 되었으니 우선 기쁘네. 죽외황원수무파竹外荒園數畝坡 대밭밖 거친동산 두어 이랑 언덕에서 자영조자기시과紫英鳥 幾時誇 붉은 꽃 새 주둥이 잎은 언제쯤 자랑할꼬 단령민료심두육但令民療心頭肉 다만 백성들의 근본 고통을 들게 함 일뿐 불요농가속립아不要籠加粟粒芽 속립아 농에 담아 진상하기는 바라지 않네. 점필재(畢齋) 선생과 유자광柳子光 사이에 함양에서 일어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어느날 훈구파勳舊派의 중심인물 이였던 유자광이 경상도 관찰사(慶尙道觀察使)의 명(命)을 받고 경상도로 내려왔을 때의 일이다.
점필선생은 또 함양군수 재직시인 1472(壬辰,성종3년)년 7월 13일부터 7월 17일까지 5일간에 걸쳐 지인知人인 유극기兪克己,조태허曺太虛, 한백원韓百源과 스님인 해공海空, 법종法宗,관원官員인 옥곤玉崑, 용산聳山등 7명과 함께 지리산을 유람遊覽하고는 동년 8월 5일 사상 최초로 지리산 기행문紀行文을 지었는데, 「유루류록(遊頭流錄)」이라 제목을 붙인 사실적寫實的 산문散文형식의 이 기행문은 지리산智異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노래하면서도 백성들의 생활상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염려하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을 담뿍 담고 있다. 참고로 점필재( 畢齋) 이후에도 1489(성종20년)년에 선생의 제자인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이 「속 유두류록(續 遊頭流錄)」을 지었고, 남명(南冥) 조식(曺植)도 1558(명종13년)에「유두류록(遊頭流錄)」을 지은 바 있다.
또한 매년 짚으로 이던 243칸이나 되던 함양성(咸陽城)의 담장(羅閣)을 기와(瓦)로 바꾸어 백성들의 부역(負役)을 덜어 주었으며 학교를 진흥 육성하여 학문의 꽃을 피웠고 백성들의 풍속(風俗)을 바로잡아 교화(敎化)에 힘써서 이들을 편하게 하였으니 함양군민들은 선생의 이러한 청덕(淸德)과 선정(善政)을 사모하여 선생의 생사당(生祠堂)을 세우고 매년 삭망(朔望)때마다 참배(參拜)하기도 하였다. 함양(咸陽)에 있는 동안에 중직대부(中直大夫)에 승진 되었다가 다시 통훈대부(通訓大夫)에 승차되고 특지(特旨)로 종3품(從三品)승문원사(承文院事)가 되었다가 선산부사(善山府使)로 떠나셨는데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함양(咸陽)에서는 상림공원(上林公園)에 선생의 흉상(胸像)을 모시는 등 함양의 인물(人物)로 추앙(推仰)하고 있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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